조선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조선의 과학사는 생경하다. 조선이 과학의 나라였다면?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을 지나던 때 바다 건너에서는 인류의 지식 체계를 완전히 바꾸어버린 현대물리학이 등장하며 과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막스 플랑크가 양자역학을 발견했고 퀴리가 방사능을 찾았으며 아이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의 변화를 가져왔다.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과학의 혁명이 이루어지던 이 시기 우리 조상들도 아이슈타인을 알았을까? 양자역학을 공부했을까?
답은 '그렇다'. 1920년 아이슈타인이 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조선에서는 이미 상대성이론이 화제가 됐고 대중을 위한 해설 강연이 신문에 연재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은 해외 소식을 통해 과학이 세상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졌다는 데 주목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선 과학기술을 익혀야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렇게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 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하느냐고요? 시대에 뒤처질 수는 없으니까요" - <동광> 1932년 익명의 기고자
1919년 2.8 독립선언을 이끌었던 조선유학생학우회는 전국을 돌며 상대성이론의 순회강연을 했고 황진남은 독일 과학 아카데미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고 와 생생한 현장을 우리나라에 전했다. 우리 선주들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았다.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 공부로 이겨내려 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과학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을까. 답을 찾다보면 상처로 얼룩진 근현대사가 드러난다. 남북 분단, 좌우 분열 등을 겪으면서 수많은 과학자가 한 명 한명 기억에서 사라졌다.
저자는 이제 우리의 과학 기반을 다시 알아갈 때라고 한다. 식민지, 전쟁의 폐허에서 이루어낸 지금의 발전을 제대로 평가하고 과거를 직시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대사가 절망으로 점철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동력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어두운 시대를 건너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공간,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했던 이들의 잊혀서는 안 될 이야기 모음집이다. 316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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