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미래는 당신의 생각보다 빠르다

최병고 디지털국 부국장
최병고 디지털국 부국장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가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디아만디스(Peter H. Diamandis)는 저서 '볼드'에서 현대적 기술 진보는 디지털화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기술은 6개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세상을 바꾼다고 설파했다. 이른바 '6D'다. 시작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 디지털화된 정보 기술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갑자기 등장한다. 아날로그 기술과 달리 공유가 쉽고 장난 같기도 하지만, 참신함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는다. 그러고선 '잠복기'(Deception)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별거 없네 하며 그 위력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신기술은 급속히 퍼져나간다. 이제 신기술은 '파괴적 혁신'(Disruption)에 도달한다. 기존 제품, 서비스, 시장은 붕괴되거나 괴멸적 파괴를 맞는다. 신기술에 뒤처진 기업은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다. 다음 단계로 신기술은 대량생산되면서 '무료화'(Demonetization)된다. 우리가 앱을 무료로 다운받는 것을 떠올려 보자. 기업은 제품(서비스)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사용할 때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게 된다. 신기술은 '소형화'(Dematerialization)되어 우리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대중화'(Democratization)에 도달하면 신기술은 훨씬 값싸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소 도식적일까. 6D에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대입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오는 24일 네이버가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당초 예상보다 두 달 늦은 공개이지만, 네이버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치 시장의 관심은 지대하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고·학습·판단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학습에 특화한 AI로,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이 GPT3의 6천500배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답변할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다음 달에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도 시범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오는 10월 자체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Ko(코)GPT 2.0'을 공개한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인공지능 붐이 최근 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6월 기준 챗GPT 월간 트래픽은 7개월 만에 약 10% 감소했고, 모바일 앱 다운로드는 전달 대비 38% 줄었다고 한다. 챗GPT에 이어 구글, MS, 메타(옛 페이스북) 등이 거대 AI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이미지·영상·음성을 구현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AI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는 당신의 생각보다 빠르다'(The Future Is Faster Than You Think). 디아만디스가 2020년에 출간한 이 저서 제목처럼, 신기술은 어느 날 우리 곁에 불쑥 나타나 순식간에 일상을 바꿀 것이다. 드론을 타고 출퇴근하는 상상은 이제 도심항공교통(UAM)으로 현실화되어 있다. 디아만디스 말대로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조용한 잠복기를 지내면서 파괴적 혁신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강력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온라인 포털에서 검색창이 사라지는 그런 날이 정말 올까. 일주일 남은 하이퍼클로바X 언박싱이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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