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김현아 지음/ 돌베개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3분 진료'.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을 대기해도 막상 의사 앞에 앉으면 3분 이상 얘기를 나누기가 어려운 현실에 붙은 이름이다.

3분 진료 이후 환자들이 거치는 건 각종 검사들이다. 이 검사 저 검사 하다 보면 병원에서 잡아먹는 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 이후 이런 부분에 대한 불만을 가진다.

책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는 이러한 상황의 배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크게 자본 종속, 기술 중독, 병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 정부의 방치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차근차근 진단한다.

한 대학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가 낮고, 그에 비해 검사료는 높았다. 진료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진료 시간만으로 의사는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부실한 진료를 각종 검사가 대신하고 있다.

즉 낮은 진찰료를 보상 받고자 검사 수를 늘리거나 비싼 검사를 시행하고, 불필요한 투약까지 늘리는 행태가 일반화됐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뇌 컴퓨터 단층 촬영(CT) 검사 수가는 진찰료의 8.6배에 달하는데 미국 2.1배, 캐나다 3.9배, 프랑스 5.8배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외에도 병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들을 고비용 의료로 몰아가고 있다. 책에서는 로봇 수술과 인공지능 왓슨을 사례로 들면서, 첨단 기술이 어떻게 대세가 돼가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로봇 복강경 수술이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의학적으로 뚜렷하게 우수하지 않지만, 기존 복강경 수술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기기 회사와 병원이 10배까지 수술비를 더 받을 수 있는 로봇 수술을 공격적으로 홍보한다는 것.

이 책은 모든게 단순히 병원이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더 복잡한 상황이 배후에 있다고 말한다. 병원들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항변하고, 정부는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대가로 병원들의 이러한 행태를 방치한다는 것.

이렇듯 현장의 실태를 가감없이 써내려간 지은이는 바로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아온 김현아 내과 교수. 그는 10년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고,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잘못된 의료 제도를 방치한 채 행위의 주체들을 평면적으로 비난만 해서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병원에 다니면서 불만이 쌓인 환자들이 많겠지만,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제대로 파악한다면 병원을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의료인뿐 아니라 국민들도 자신이 처한 의료 환경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책이다. 275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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