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 민원을 행정실장·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이 전담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학교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교육행정직과 공무직들 사이에선 '땜식 대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만간 교육부가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도입을 비롯한 '교권 확립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학교 민원,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으로 일원화"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최근 몇 차례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통해 교권 확립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교육부는 어제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는 입장을 당에 밝혀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개선해 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민원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민원창구가 일원화되면 교사는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전화를 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되고,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할 권리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박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교육부는 녹음장치를 갖춘 민원면담실과 사전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통화 녹음과 통화연결음을 갖춘 교내 유선 전화 등도 마련된다. 민원처리는 유형에 따라 ▷직접 처리 ▷해당 교직원의 협조 처리 ▷관리자 배정 등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원인과 민원 담당자의 권리와 의무, 민원 처리 원칙과 절차 등을 담은 민원응대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으며, 악성 민원은 교육 활동 침해로 간주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각 교육청 차원에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다.
박 의장은 "교육부는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해 교권 확립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원대응팀은 무슨 죄… '단순 떠넘기기' 비판도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음에도 교육행정직 및 공무직 사이에선 '폭탄 돌리기'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공무원 직렬 중 하나인 교육행정직은 교육 제도를 연구하거나 각 교육기관의 행정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각 시도교육청이나 국공립 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지방직)교육행정직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행정직의 경우 보통 학교 시설 및 예산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조리원, 교육실무사, 전문상담사 등 직종이 해당하는 교육공무직은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교육기관에서 교육 실무와 행정 실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말한다. 교육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직원 중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직원을 통상 교육공무직으로 부른다.
이들은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련 민원을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달성군 한 초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행정실은 어떤 학생이 어느 학급에 속해있는지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해당 학생에게 최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며 "만약 대응팀이 이러한 민원을 전담하게 된다면 또다시 교무실에 협의를 구해야 하는 등 절차만 더 복잡해질 것이고,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해 기존 행정 업무 처리에도 허덕이는 행정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구 한 초교에서 근무 중인 3년 차 행정직 B씨는 "학교 구성원 간 업무 차이를 너무 몰라서 나온 얘기 같다. 대부분 악성 민원은 학생 생활과 관련돼 있는데 행정직은 이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고, 당연히 해결할 수도 없다"며 "원래 교무에서 했던 교원 호봉 책정 등 업무도 최근 행정실로 넘어왔는데, 민원 업무까지 떠맡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한, '악성 민원'으로 받을 고통은 교사나 행정직·공무직 모두 똑같은데 대응 주체만 바꾸는 건 고통을 다른 쪽으로 전가할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도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악성 민원을 '누가' 처리할지 논의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악성 민원을 근절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고민이 빠진 대책은 단순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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