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 ‘항명’ ‘외압’ 논란, 무엇이 진실인가

수해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를 기초 수사한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국방부 간 주장이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채 상병 사건 보고서 경찰 이첩을 놓고 국방부는 "보류 명령을 어겼다"고 하고,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장관의 보류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첩 보류 명령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망 경위의 기초 수사 결과를 언론과 국회에 브리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됐고, 이틀 뒤 박 대령은 조사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박 대령은 즉각 보직 해임됐고, 보고서는 회수됐다. 국방부는 이종섭 장관이 여러 경로로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2일 이첩 때까지 장관 지시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수사 내용과 이첩 계획을 보고했고, 장관이 보고서에 서명하며 이첩 명령을 했으니 명령에 충실했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이 이첩 보류로 결정을 뒤집은 이유도 석연치 않다. 군 안팎에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단 보고서는 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했다. 공교롭게도 이 장관이 결정을 바꾼 시점은 국가안보실이 지난달 30일 수사 관련 언론 브리핑 자료를 미리 받은 직후이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의혹을 살 만한 정황이다.

이 장관은 9일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단 보고서에 적시된 혐의 사실 및 대상자를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 사건의 수사는 민간 경찰의 몫이고, 판결은 법원의 영역이다. 국방부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더 끌게 되면 의혹만 커진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는 9일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 수사 보고서를 즉시 경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며 "집단항명죄 수사도 보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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