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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특정감사로 본 대구미술관의 과제는?

3개월여 간 진행한 특정감사 처분요구서 들여다보니…
진품 확인서 필수 제출 등 소장품 수집 절차 강화될 듯
소장품 관리 전자태그 도입·전문 시스템 구축도 과제로

대구미술관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미술관 전경. 매일신문 DB

최근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결과(매일신문 8월 9일 자 보도)가 공개되면서, 작품 수집 등 미술관 운영 전반에 있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사 결과 확인된 문제점 중 하나는 작품 수집 과정에서 신청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 특히 매도자가 작품 구입신청서에 작품의 진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작품 소장 경력과 전시 경력을 작성하지 않았고, 작가의 유족 또는 공인된 감정기관이 아닌 매도자 자필 서명만 적힌 작품보증서를 제출했음에도 그대로 통과됐다. 이를 꼼꼼히 검토해야 할 작품 수집 심의위원회도 감정기관의 진위감정서를 보완 제출하라는 등의 요구 없이 구입을 최종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소장품 중 일부는 작품보증서가 있음에도 진위 감정 결과 위작임이 밝혀지기도 해, 감사위는 작품 보증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작가와 유족을 통한 진품 확인서 또는 공인된 감정기관의 감정 서류 등을 필수적으로 제출하는 절차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작품 수집 심의위원회 운영 방식 개선도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작품선정심의위원회, 가치평가심의위원회는 규정 개정 없이 대구미술관이 2020년 임의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또한 감사 결과 심의 위원 수도 타 시·도 대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규정에 근거한 운영과 위원 수 증원을 통해 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청서, 작품보증서, 저작권 이용 허락서 등 서류 미비로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소장품 139점에 대한 서류 보완 및 추가 감정도 남은 과제다.

또한 대구미술관은 지금까지 예산 등의 문제로, 종이에 인쇄한 이름표로 소장품 1천899점을 식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소장품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전자태그를 도입하고, 전문 소장품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미술관은 우선 지난 6월 말, 소장품 수집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절차 등을 보완한 뒤 일정을 재개할 전망이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번 감사를 계기로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대구미술관이 운영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한 미술계 종사자는 "최은주 전 관장의 사퇴부터 신임 관장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 특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소장품 위작까지 대구미술관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돼 전국적으로도 위상이 많이 하락한 듯하다"며 "이제 감사 결과에 따라 단단하게 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한편, 관장 채용 등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감사위가 감정결과에 따라 위작으로 판명한 소장품 3점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숙지지 않고 있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감사위의 '감정기관 3곳 중 2곳 이상 위작 판단 시 최종 위작'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인 진위 감정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미술평론가는 "천경자 화가의 '미인도' 같은 경우 30년 넘게 위작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몇 번의 안목 감정만으로 미술품 진위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의문이 간다"며 "차후 논란 재발을 방지하고 지역 작가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라도 왜 위작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해당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는 과정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위는 처분요구서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여짐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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