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력범죄 피의자의 정신질환을 언급하는 기사를 보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다.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한다는 선의(善意)라 하더라도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범죄자가 정신질환이 아닌 다른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를 명시하는가. 그렇다면 왜 정신질환은 이를 명시해야 하는가. 정신질환을 명시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개정의 취지는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강화하려는 선의였다고 본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자의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사고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출혈이 심해 판단력이 떨어지는 환자가 수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의하는 보호자 2명이 없다고 해서,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외과전문의 2명의 수술 결정이 없다고 해서 응급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의 비자의 입원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배우자인 보호자 등 2명의 동의와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입원 결정과 '자타해 위험성'을 증명해야 한다.
비자의 입원의 필요 중 하나가 '자타해 위험' 예방인데, 아이러니다. 가장 확실한 '자타해 위험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타해'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란 말인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소견을 받는 것의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은 1인 가구 시대라 보호자 1명을 찾기조차 힘들다. 또한, 1인 가구 또는 핵가족 중심 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지우기에는 힘에 겹다. 그들의 힘만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고도 어떤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반인륜적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아니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발병 초기의 급성기 치료 및 유지 치료를 하면 다시 정상화의 길로 갈 수 있다. 그렇지만 환자의 병식 부재나 국가적 지원 체계의 부재로 인해 초기 급성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치료가 중단되면, 자타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고, 만성 중증화의 길로 가게 된다. 만성 중증화되면 종국에는 '의료보호' 환자가 되어 국가가 사실상 평생 의료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우리나라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투자 비율(2021년 기준)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4%의 3분의 1이 안 되고, 선진국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5달러의 건강 및 생산성 향상 수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제라도 정신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에서 자립까지 전 주기적 지원을 강화하는 국가책임제를 통해 환자 인권과 치료권, 복지권 그리고 가족의 안녕과 사회 안전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중심의 정책이 시급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 국민 정신건강'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인식을 환영하며, 국민 정신건강은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이번에는 국가의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정신건강 정책 수립과 실천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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