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똥인지 된장인지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64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극장에서 프랑스 영화 '레자망'(연인들)을 상영했다. 부유층 유부녀가 우연히 만난 청년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버린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1958년 발표돼 프랑스에서만 2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을 만큼 '예술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오하이오주 당국은 이를 '음란물'로 규정해 극장주를 '공연음란죄'로 기소했고, 주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극장주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구했는데 대법원은 "하드코어 포르노(도색영화)가 아니다"며 재판관 6대 3으로 극장주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서 '포르노를 어떻게 정의(定義)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회자되는 명답이 나왔다.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은 다수의견에서 "이른바 '하드 코어 포르노'가 어떤 것인지 정의하려는 시도까지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보면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명예훼손 혐의로는 이례적 중형이다. 정 의원이 2017년 SNS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했는데 이게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를 공적(公的) 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적 인물은 명예훼손 면책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지만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사인(私人)이어서 명예훼손이 면책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적 인물'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합의는 아직 없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 대부분은 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인지 '사인'인지도 마찬가지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보지 않고도 안다. 판사는 찍어 먹어 봐야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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