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평소보다 에너지를 두 배는 더 써서 불러보겠습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가수 김종서가 외치자 제천체육관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그가 부르는 '아름다운 구속'에 맞춰 손뼉을 치더니 후렴구에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록의 전설'들이 11일 제천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음악 프로그램 '레전드 오브 록'에 1980∼1990년대를 주름잡은 로커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내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태원, 김도균을 비롯해 보컬리스트 김종서, 기타리스트 이근형, 베이시스트 이태윤, 드러머 장혁 등이 나섰다. 유명 영화 삽입곡부터 솔로 연주곡, 협연곡까지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음악으로 관객에게 감동과 흥을 번갈아 가며 안겼다.
오프닝은 밴드 중식이의 보컬리스트 정중식이 맡았다. 중식이 앨범 수록곡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영화 '룩킹포' 상영 후 무대에 등장한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나는 반딧불', '나이가 들어도' 등을 직접 들려줬다. 현실적인 가사와 함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10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모든 관객이 무대로 시선을 고정했다.
'핫핑크' 재킷을 입고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김도균이 기타를 멘 채 다음 순서를 이어받았다.
현란한 솔로 연주를 선보인 그는 리코더를 꺼내 들더니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미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했다. 익숙한 멜로디를 생각지도 못한 악기로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와'하고 하나둘 탄성을 내질렀다.
무대를 마친 그는 "보통 저와 김태원 씨, 신대철 씨를 3대 기타리스트라고들 하는데 5대 기타리스트를 꼽자면 이분이 반드시 들어간다"며 이근형을 자리로 불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미션 임파서블' 주제곡을 협주했다. 거친 전자기타로 재해석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객석은 다시 한번 술렁였다.
김태원이 말없이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오자 관객의 환호성은 최고조로 달했다. 별다른 소개 없이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기타로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태원과 김도균, 김종서, 이근형이 함께한 레드 제플린의 명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 1971년 발매) 무대였다. 특히 50대 남자 관객들은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곡을 감상했다. '앙코르' 함성이 두 차례나 제천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클래식 기타 연주의 대가이자 '톱 세션맨'인 함춘호와 차세대 기타리스트 장하은의 듀엣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장하은은 '레옹' 삽입곡인 스팅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를 함춘호와 함께 연주하면서 노래했다. 함춘호는 감성적인 분위기의 '시네마 천국', '플래툰' 삽입곡을 잇달아 선보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레전드 오브 록'을 시작으로 14일까지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수년간 거래내역 사찰?… 대구 신협 조합원 집단소송 제기
"용산의 '사악한 이무기'가 지X발광"…김용태 신부, 시국미사 화제
'대구의 얼굴' 동성로의 끝없는 추락…3분기 공실률 20%, 6년 전의 2배
"안전 위해 취소 잘한 일" vs "취소 변명 구차"…이승환 콘서트 취소 두고 구미서 엇갈린 반응
홍준표 "조기 대선 시 나간다…장이 섰다" 대선 출마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