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만금 잼버리 끝, 이제 철저한 반성과 조사·감사·수사의 시간이다

새만금 잼버리(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새만금에 있을 때는 솔직히 덥고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잼버리 기간 동안 만난 한국인들은 다 인사를 해주고 따뜻했다. 한국에 다시 올 것"이라는 필리핀 대원 채일 마히네 양의 말처럼, 사상 최악이 될 뻔했던 새만금 잼버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과 과감한 결단, 기업·종교계·시민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오히려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자화자찬(自畫自讚)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32년 전 강원 고성 잼버리를 98억 원의 예산으로 대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1천24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는 대참사였다. 두 대회 모두 한여름에 실시됐고 폭우 또한 예상되었다. 간척지라는 새만금의 문제점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쏟은 정성과 집중력이다. 고성 잼버리 때는 강원도와 스카우트연맹이 쌍축을 이뤄 조직위를 구성하고 현장에서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새만금은 6년간 리허설 한 번 안 하고 무작정 손님을 맞다가 참사를 일으켰다.

올해 3차례 새만금 현장을 찾았다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체 뭘 보고 뭘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북도와 호남 정치권은 '염불보다 잿밥에만 눈멀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새만금 야영장 용도 변경을 핑계로 1천846억 원을 받아내고, 잼버리를 빌미로 공항·도로 건설비 등에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는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작태를 보였다. 국가 망신을 일부러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나올 지경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강원 고성보다 4배 이상 쏟아부은 혈세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정부의 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야와 정부는 정쟁에 앞서 철저한 자기 반성의 마음을 갖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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