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재명 리스크’ 반사이익 말고 與 내년 총선 전략은 없나

정국을 헤쳐 갈 자체의 동력이나 비전 없이 외부 정치 환경 변화의 과실만 따먹으려는 정당을 '천수답 정당'으로 표현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 딱 그렇다. 이 대표가 오는 17일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겠다고 하자 내심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니 그렇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되거나 퇴진할 경우 호재가 아니라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계산이다. 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진짜 혁신에 나서면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반사이익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구속이 안 되는 사태도 역시 걱정하고 있다. 구속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아무런 죄가 없는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면서 대여 공세를 펴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재명 리스크' 반사이익에만 기대겠다는 무기력의 자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여당다운 모습을 한 번도 보여 주지 못했다. 개정 양곡법, 간호사법, 노란봉투법 등 각종 쟁점 법안 처리에서 무기력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4대 개혁을 포함,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실천을 뒷받침할 추진력과 전략도 보여 주지 못한 채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국회 의석의 절대 열세라는 현실적 한계는 있지만 이를 돌파할 결기나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한계에 길들여져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심각한 것은 반사이익을 제대로 따먹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의혹, 혁신위 논란 등 잇따른 민주당의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잘 오르지 않는다. 민주당 잘못의 반사이익만 따먹으려는 무기력에 중도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무기력·웰빙' 체질로는 내년 총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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