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MM] 니들이 랩 맛을 알어? MMMx칠곡할매 콜라보레이션!

칠곡할매 래퍼에게 랩 배우기 도전
“열정과 노력은 배반하지 않아”
“할매도 하는데 너거도 다 할 수 있다”
취재하다 뜻밖의 감동에 코 찡~

MMM팀, 칠곡 할매들 모두 파이팅!
MMM팀, 칠곡 할매들 모두 파이팅!
속성 강의로 칠곡 할매들과 함께 해본 랩 공연. 아직도 훅(hook)이 귀에 맴돈다. 중독성 있어!
속성 강의로 칠곡 할매들과 함께 해본 랩 공연. 아직도 훅(hook)이 귀에 맴돈다. 중독성 있어!

아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때는 지난 7월의 어느 날. 독자들이 재밌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템이 없을까.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댄 MMM팀. 그러다 눈에 띈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아, 아니?! 영상 속엔 검정 선글라스를 낀 할머니들이 랩을 하고 있더랬다. 고추를 따도 흥이 나고~ 땅콩을 캐도 흥이 난다면서 멋진 춤사위까지 펼쳐버리는데! 바로 래퍼 도전에 나선 칠곡 할매들이다.

감이 온다. 감이 와. 분명 이 할머니들은 전국구 유명 인사가 될 것이라는게…!

기회를 놓칠 수 없는 MMM팀은 즉각 할머니 섭외에 나섰다. 그렇게 할머니들에게 랩을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칠곡을 찾았는데…. 하루종일 랩으로 두드려 맞고 너덜너덜해진 MMM팀. 그렇지만 할머니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 때문에 괜히 코-찡, 마음-찡했다.

칠곡 할매 래퍼들이 직접 쓴 가사들.
칠곡 할매 래퍼들이 직접 쓴 가사들.

MMM팀의 첫 콜라보레이션!!!! 'MMMx칠곡할매래퍼'

할매들이 하는 이야기 어디 한번 들어보자. (사투리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원활한 이해를 위해 사투리 옆 표준어를 표기해뒀습니다.)

이곳은 경북 칠곡군 북삼읍 어로1리 마을회관. 여긴 우리의 본거지

검은색 오버사이즈 상하의, 머리엔 버킷햇 살포시

쇼미더머니 부럽지 않은 금색 목걸이, 까만색 선글라스로 마무리

우리가 누구냐고? 바로 칠곡할매글꼴을 만들어 화제가 된 '칠곡할매 2기' 보람할매연극단이올시다.

최근에 우리 소식이 꽤 화제가 됐을텐데?

'어로리~어로리~어로리 yeah ~♬♬'

힙합 좋아하는 MZ들아 이 랩 한번 들어봤냐

우리 개인 일상을 노래한 랩인데

하이고 참, 얼마 전에 무대에 올라가가

랩 한번 해뿟더니(해버렸더니) 고마 유명 인사가 다 돼뿟는기라(돼버렸다)

우리 인기는 나날이 고공행진 중인데….

칠곡할매들에게 속성 랩 강의를 듣고 있는 MMM팀.
칠곡할매들에게 속성 랩 강의를 듣고 있는 MMM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랩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헌재 기자.
언니들 사이에서 조금 주눅 든 연정 기자.
언니들 사이에서 조금 주눅 든 연정 기자.
주현 기자는 랩 연습 성공한 뒤 언니와 하이파이브!
주현 기자는 랩 연습 성공한 뒤 언니와 하이파이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대구에서 MMM이라는 얼라들(아이들) 세 명이

우리한테 랩 배워보겠다고 찾아왔더라

얼굴 딱 보이~ 글만 쓸 줄 알지

천지(세상) 놀 줄도 모르는 얼라들(아이들)인 것 같던데

"랩 좀 갈쳐주이소~"

하고 앵가이(어지간히) 애교 부리며 앵기는기라(안기는거라)

하-참말로 귀여운 거. 우리 손주들 생각나서

고마 우리가 한 명씩 붙들고 옆에 딱 앉혔다.

어라? 요놈들이 랩만 가르쳐달라고 해놓고는

궁금한 것도 참 많네

그때 시커먼 단발머리 얼라(아이)가 묻데

"할매들 우짜다가(어쩌다) 래퍼까지 하게 됐습니까"

요놈아야. 우리는 원래 연극하는 할매들이다

보람할매연극단에서 연기하다

래퍼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때 선생님이 우리한테

"랩 한번 해볼랍니꺼"

그캐서(그래서) 시작한기다

젊은아들아 느그도(너네도) 랩 배우는 거 쉽지 않제?

평균나이 77세인 우리한텐 얼마나 더 어려웠겠노

선생님이 80살 다 돼가는 양반들한테 랩 가르쳐준다 해서

딱 앉았는데 뭐 랩이 뭔지는 알겠나?

이제 머리도 다 굳어가

외워도 까묵고 외워도 또 까묵고….

그래도 별수 없었다.

그냥 외웠다.

남보다 못하고 처지면 우야겠노(어쩌겠어)~

다른 언니 동생들은 외우는데 나는 못 하면

우야겠노(어쩌지) 싶더라고

칠곡할매 래퍼들의 스웩 넘치는 포즈!
칠곡할매 래퍼들의 스웩 넘치는 포즈!
힙과 흥이 넘쳐 흐르는 이곳은 어로리!
힙과 흥이 넘쳐 흐르는 이곳은 어로리!

설거지하면서 외우고

소밥 주다 외우고

똥 싸다가 외우고

냉장고 문에 가사 붙여두고

오며 가며 외우고

심지어 꿈 속에서까지 랩 가사 외웠다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랩 외우고 언니, 동생들이랑 연습하고 하면서

그래도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그카다보니 우짜삐꼬(그러다보니 어쩐담)?

이제 트로트보다 랩이 더 좋아져뿟다(좋아져버렸다)

젊은 애들이 펄쩍펄쩍 뛰는 노래를

우리가 할 수 있으니까

을~~매나(얼마나) 좋던지!

그렇게 우리가 10개월 동안 연습한 거

관객들한테 처음으로 보여줄 생각하니까

심장이 쿵쾅쿵쾅하더라

나이가 70세 넘었는데

무슨 긴장을 하겠나 싶제?

아이고 야야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

랩할 땐 항상 긴장된다

너네도 좋아하는 거 할 때면

잘 해내고 싶제?

우리도 똑같다

랩이 좋아졌으니까 그만큼 또 잘하고 싶거든

한 단어라도 입에 안 익으면 진짜 불안하다

내가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을 때

진짜 래퍼가 된 것 같다

준비가 덜 됐다 싶을 땐 마음이 불안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긴장된다

그라마(그러면) 소 우사가서

냅다 소리 지르고 와뿌기도 한다(와버리기도 한다)

집에서 소리치면

우리 영감 놀라서 자빠지니까(넘어지니까)

소한테 가서 "으아~~~~~~~"하고 내질러삐는기라(내질러버리는거라)

그카마(그러면) 기분이 좀 괜찮아져~

MMM팀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댄서로 출격해버렸다.
MMM팀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댄서로 출격해버렸다.
너도 할 수 있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칠곡할매들의 랩이었다.
너도 할 수 있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칠곡할매들의 랩이었다.
GD로 변신한 심헌재(오른쪽) 기자. 수줍어하면서도 열심히 추임새를 넣었더랬다.
GD로 변신한 심헌재(오른쪽) 기자. 수줍어하면서도 열심히 추임새를 넣었더랬다.

공연 성공적으로 끝냈을 땐

기분 고마(그냥) 확 째진다(좋다)

"아~ 나도 해냈다. 나도 할 수 있다"

싶어서 기분이 진짜 좋다

만약에 가사 까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럴 땐 뭐 어쩔 수 없다

사실 지난달 공연 때 어떤 랩은

연습도 잘 못해서 그냥 무대 위에 올라갔다

랩 까먹으면

그냥 춤 춰삔다(춰버린다)

실수하면, 다음엔 실수 안 하게 타이밍 잘 맞춰야지

그카고(그러고) 내려온다

별 수 있겠나

인생도 다 그렇다

잘 안된다 싶어도

다음엔 또 잘하면 되지~ 하고

그 순간 재치 있게 넘어가면 된다

우리 공연 영상 나가고

신문, 방송에도 나오니까

가족들이 진짜 좋아했다

딸 친구도 전화 와서

연예인 다 됐다고 하고

손자, 손녀 다 좋아한다

한번은 마산에 있는 언니가

전화 와서는 내보고

"언니야 진짜 부럽다"

카더라

"나이가 85살인데,

마음은 한창이다"카면서

지금도 전화 오면

"나도 할 수 없나

선생님한테 함 물어봐도"

칸다(한다)

길에 나가면

또 사람들도 내 알아본데이

얼마 전에 길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멈추더니

차 문 내리고

"그 랩하는 할매들 아인교(아닙니까)"

카더라

우리도

남들보다 100배 더 노력한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고

제2의 인생을 산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도 안하면

나는 숨 막혀서 죽을 것 같다

직장 다니다가 집에 있을라카이(있으려니)

숨 막혀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랩 하면서 좋은 일도 많고

손녀가 우리 할매 최고다 하고

여러모로 재밌다

지금 나이 들고 보니까

뭐든 좋게 보이고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우리 시대 때는

가난도 가난이지만

유교 사상이나 이런 거 때문에

자유롭게 뭘 하기가 쉽지도 않았다

젊은 사람들한테도

뭐든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다

요즘 풍요로운 세상이라지만

살기 참 어렵제?

다~~~ 안다

나 역시 무의미하게 지나 보낸

젊은 시절들이었다

근데 나이 많은 우리도

해냈다 아이가

그니까 너거들도(너네들도)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해봐라

노력과 열정은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랩 가르쳐준

MMM 얼라(아이)들도

금방 배우더라 카이

우리는 랩 외운다고

생고생했는데

이놈들은

금세 따라해뿌더라(따라하더라)

이것들이 모두

너네 젊은 세대의

강점이다.

무서워하지 마래이(마라)

두려워하지도 말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세상 한번 살아봐

나이 먹고

몸이 내 멋대로

안 움직이는

시절이 와도

재밌는 일은

언제나 있다

-칠곡 할매래퍼 보람할매연극단 일동 -

취재 갔다가 뜻밖의 힐링과 용기를 얻은 MMM팀이었다. 칠곡할매들 만세!
취재 갔다가 뜻밖의 힐링과 용기를 얻은 MMM팀이었다. 칠곡할매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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