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약이 사회 불안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이어, 캘리포니아의 고즈넉하고 부유했던 샌프란시스코가 그 대표적인 피해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 마약으로 찌든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주 범죄율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이 여파로 기업들과 사람들이 인근 오스틴과 시애틀로 떠나고 있다. 대마초, 펜타닐, 헤로인, 코카인 등의 마약 복용은 필연적으로 폭력과 절도 같은 범죄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과다 복용만으로도 사망하게 된다.
우리는 마약의 폐해를 청나라와 영국이 벌인 제1차 아편전쟁(1840~184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편에 중독된 청나라 고위층이 전쟁 대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철제 증기선으로 무장한 영국 함대의 공격을 받은 청나라 목재선 함대는 속수무책으로 전멸했다. 문명국이라 자만하던 청나라는 치욕과 굴욕의 난징조약으로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며 반(半)식민지가 된다. 청은 이어 제2차 아편전쟁(1856~1860)으로 수도 베이징이 함락되자, 톈진(天津)에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과 불평등 조약을 맺으며 잠자는 호랑이에서 '종이호랑이'라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때 중국은 연해주와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에 빼앗겨 오늘날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아편으로 입은 치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런 마약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다. 마약을 한때 일부 연예인의 전유물 정도로만 여겼는데, 언제부턴가 일반인을 넘어 청소년에게도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 유학생들도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병원의 과다한 진통제 처방이나 학원가의 각성제 유혹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클럽이나 유흥업소에서도 술이나 음료를 함부로 마셨다간 부지불식간에 마약 범죄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의 마약 범죄 노출은 단순히 마약의 위험을 넘어 우리 사회의 존망을 염려하고 걱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 세대가 마약으로 휘청거린다면,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마약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언제 샌프란시스코처럼 변하고, 19세기 청나라 꼴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마약 퇴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반드시 근절해야만 한다.
최근 마약이 쉽게 제조·유통되는 태국에서 들어온 '야바'라는 마약은 2021년 1천898정에서 1년 만에 8만4천 정으로 50배나 급증했다. 태국어로 '미친 약'이란 뜻의 신종 합성 마약은 식품으로 위장해 전국 각지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이 마약 거점국 또는 최종 소비지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는 아직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국은 물질적인 선진국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정신과 문화를 활짝 꽃피우는 선진국이어야 한다. 이런 성숙한 선진국이 되려면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남녀노소가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 실태조사를 한다고 한다. 마약 구입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인데, 최근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통한 마약 유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10대 마약 사범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가 마약 경유지에서 소비지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학교에서는 마약이 범죄라는 것을 교육해야 하겠지만, 예방 교육이 자칫 학생들에게 마약에 관한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마약 범죄는 재범률이 높기에 당국은 단속뿐만 아니라 치료와 재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마약은 갈수록 강력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들어오거나, 세관이나 관세청이 적발하지 못하는 마약이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청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더 마약 퇴치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분단과 전쟁을 극복하고 오늘의 경제 대국과 자유 민주국가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범죄 소굴이 되거나, 망국의 청나라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정신을 널리 전파하는 매력 넘치는 K-문화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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