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외로움에 대한 국가 책무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정치판에서 뛰다가 낙선했거나, 나이가 들어 은퇴한 전직 정치인들을 만나 보면 이구동성으로 듣는 얘기가 있다. 현역 시절 1분이 멀다 하고 울려 대던 전화기가 울지 않는 '캔디폰'이 돼 너무 외롭고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적잖을 터이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전직 정치인들도 이렇게 외로움을 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딜 가든 혼자 있는 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식당에 가면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혼밥'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칸막이를 친 1인 식탁을 만들어 놓은 식당도 적잖다. 대구에서는 아직 본 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서울에서는 퇴근길에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이 꽤 있다. 일본에 가면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이들, 심지어는 이른 아침부터 '혼술'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혼자 있는 모습의 확산이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대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하지만 외로움에 휩싸인다. 우리 사회가 절대적인 빈곤에서 해방됐지만 물질적 풍요가 개인의 행복으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고 학교 생활도 오랫동안 하지만 소통 능력이 길러지지 못하고 현대인들의 개인화는 심화하고 있다.

영국은 국민 개인의 외로움에 대한 국가 개입을 선언하고 2018년 1월, 외로움 문제를 전담하는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만들었다. 외로움 해결사 역할을 맡은 부처가 정부 예산 사업으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부 주도로 다른 정부 부처와 협업, 교통정책 등 거의 모든 사회정책에 외로움 처방을 넣고 있다. 서울시도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외로움 문제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2026년까지 5년간 5조 원 넘게 투입, 1인 가구의 건강과 안전, 주거 등에 대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것은 이 신종 전염병이 묻지 마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져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방정부도 공동체 구성원들의 외로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