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은 빛이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다시 영광스럽게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영광 속에서 사랑의 중요성을 잊을 때가 잦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쉽게 그 영광을 위해 이념을 만들어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현빈과 손예진이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사랑을 보여 주었다.
남한의 여성과 북한의 남성이 열렬하게 서로 사랑하여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야기, 이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한국인이 지난 세기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는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양면성을 지닌다.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면이 많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광복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전에 따라 이루어진 것처럼 인도의 광복 역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경제적 위기를 만난 영국이 더는 식민지를 경영할 능력이 없음을 발표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한국은 정치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두 지도자가 합의 없이 각자가 나라를 세웠지만, 인도는 두 지도자가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힌두교 나라인 인도와 이슬람교 나라인 파키스탄으로 국가를 분리하기로 했던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 비극적 선택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자 단일 종교의 나라로 있기로 하게 된 계기는 사실상 영국의 종교적 분할통치의 잔재 때문이다. 이 점을 인식한 인도의 영웅인 간디는 새로 생긴 두 나라의 총리에게 다시 국가의 통합을 간절히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나라가 단일 종교로 구성된다는 것은 편리성에 좋은 형태일지 몰라도 이미 다종교의 나라로 지내온 인도에는 필연적으로 비극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인도는 광복의 날부터 더 많은 영광 및 명예를 되찾고자 사랑을 잊고 이념의 세계에 빠져 오랜 기간 폭력과 죽음의 공간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인도는 아직 다종교의 나라이다. 힌두교 나라에 남아 살기로 한 이슬람교도가 많고, 이슬람교 나라에 남아 살기로 한 힌두교도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을 제외하고, 인도에 사는 이슬람교도는 어느 이슬람교 나라의 국민 수보다 더 많다. 그리고 파키스탄에 사는 힌두교도 또한 매우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종교의 사람이 의사소통하는 데 언어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고, 의식주 문화 또한 거의 같은 데다 두 나라의 교통 왕래가 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 나라는 내부적으로뿐만 아니라 양쪽 국민이 서로 쉽게 만나 교류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남한 여성 윤세리(손예진)는 패러글라이딩 중 돌발 사고로 북한에 착륙, 북한 남성 리정혁(현빈)을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진다. 정치적 이념의 대결 속에서 솟아오르는 사랑의 이야기, 이것이 한국판 '사랑의 불시착'이라면 인도판 '사랑의 불시착'은 어떨까? 인도와 파키스탄은 같은 뿌리인 만큼 문화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다.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에게는 한 번 결혼하면 절대 취소 불가능하며, 그 관계는 평생을 간다. 즉, 이혼율이 높은 선진국들과 다르게 인도에서는 배우자를 한 번 택하면 평생 손을 잡고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결혼은 서로에게 인생의 목적지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그렇지 않은 사례를 보여주는 두 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혼인대로(婚姻大路)에 있어서 '사랑의 불시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인도인 여성 안주(34) 씨가 남편과 자식을 두고 있음에도 파키스탄에 사는 연하 미혼 남성 나사룰라(29) 씨와 다시 결혼했다. 그녀가 택한 방식은 파키스탄까지 찾아가 정착하는 것이었다. 안주는 남편에게서 애정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파키스탄 남성 나사룰라를 만나 교류하게 된 것이었다. 안주는 상대 남성이 비록 자신과 다른 종교를 믿고 있기는 했지만, 이념을 초월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사랑이 폭력적인 이념을 이긴 것이다.
다른 사례로 파키스탄에 있는 여성 시마 해다르를 들 수 있다. 그녀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상황에서 인도에 있는 미혼 남성 사친과 인터넷을 통해 연애하다가 직접 인도로 가서 그 남성과 다시 결혼하기로 했다. 시마 해다르 역시 인도의 안주처럼 애정 없는 결혼에 고통받던 중 비록 자신과 종교와 국가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남성을 만나 마침내 그와의 삶을 택한 것이다. 역시 사랑이 폭력적인 이념을 이긴 것이다.
◆이념을 초월한 사랑의 중요성
남편 몰래 다른 남성을 만나 가족을 두고 자기 나라를 떠나 다시 결혼했다는 측면에서 이 두 여성의 사례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관습에 따라 원하지 않는 사람과 집안이 원하면 결혼해야 했던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비판만 할 수도 없다.
두 여성은 각자 자신의 마음을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과, 자신들이 살고 싶은 삶을 살고자 자국에서 비행하다가 타지에 착륙해야 했던 것이다. 여성으로서 원래 있던 자리에서 출발해 우여곡절을 겪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랑의 결실을 본다는 면에서 한국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든, 인도의 안주와 파키스탄의 시마 해다르든 모두 남성 사회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남성들의 기대를 전적으로 따르지 않은 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가 차원에서 활동하는 여성이면 더 그렇다. 인도 여성 안주와 파키스탄 여성 시마 해다르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이념의 중요성보다 사랑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나라가 광복한 시점은 정치인들이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증오하기 때문에 종교가 다른 동포를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남한과 북한은 이데올로기적인 갈등 때문에 또한 그러하였다. 다만, 북한과 남한의 관계와 달리, 인도와 파키스탄은 관계가 원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왕래하고 교류는 할 수 있다.
반면에 북한이 남한과의 민간 교류조차 허용해 주지 않아 '사랑의 불시착'은 드라마의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가 없다. 광복의 가치를 무너뜨리며, 추상적인 명예를 위해서 싸우기만 하고 사랑을 나눌 줄 모르는 북한 정치인들은 사랑의 불시착 속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명예보다는 사랑의 중요성을 더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럽 대륙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다. 특히 서유럽에 위치한 나라들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빈번하게 다투다가 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현재 그 나라들은 평화롭게 상생하며 지내고 있고, 모범적인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연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념 갈등 탓에 평화롭지 못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광복의 날을 기념하는 데에 남·북한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의 다양한 사랑의 불시착을 소개하며 이념을 초월한 사랑의 중요성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
칸 앞잘 아흐메드(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교수 khanafzal@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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