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끓는 지구’의 시대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올여름 폭염은 잔인하다. 올해 온열질환으로 서른 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온열질환자 수는 2천 명이 넘는다. 지난해보다 사망자는 4배, 환자 수는 56% 늘었다. 살인적인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인명을 앗아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7월 첫 주에만 17명이 숨졌다. 낮 최고기온이 46℃를 넘나든 이탈리아는 극한 폭염이 닥친 시기를 '지옥 주간'이라고 명명했다.

폭염은 에어컨을 꺼리던 유럽인들을 굴복시켰다. 에어컨은 유럽인들에겐 환경 파괴의 주범이었다. 그런 유럽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늘고 있다. 2012년 86만5천 대였던 이탈리아의 연간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192만 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 5%에 불과했던 스페인의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은 2040년 50%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유럽 에어컨 보급률이 2000년 10%에서 지난해 1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폭염에 태풍처럼 이름을 붙이는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기상 웹사이트 '아이엘메테오'는 올여름 유럽을 덮친 극심한 폭염을 '케르베로스'와 '카론'으로 명명했다. 폭염 위험성을 대중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서란다.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이다.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길 뱃사공이다. 폭염 이름을 짓는 건 이례적이다. 국제적인 표준이나 협약도 없다. 찬반이 분분하다.

폭염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연구는 지난해 '사이언스'에 실린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다. 기후변화와 슈퍼 엘니뇨가 결합한 폭염으로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최소 3조 달러(4천17조 원) 수준의 경제성장 둔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2100년엔 그 손실이 84조 달러(11경2천476조 원)로 추정됐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했다. 끔찍하게도,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달 27일 유엔본부에서 EU 기후변화 감시 기구의 발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밝힌 경고다. 최악의 상황을 피할 방법은 있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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