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이 15번째 장편소설 '나 같은 기계들'을 펴냈다.
그는 언제나 현실 사회에 예민한 안테나를 세운 채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던져왔다. 1998년 부커상 수상작인 '암스테르담'은 안락사 문제를,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던 2004년 발표한 '토요일'은 전쟁과 테러를 다뤘고, 브렉시트 직후 발표한 '바퀴벌레'는 폐쇄적인 영국의 정치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으며, '솔라'에서는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블랙유머로 담아냈다.
'나 같은 기계들'에서 매큐언이 선택한 것은 챗GPT를 비롯해 우리의 삶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가 처음으로 펴낸 이 SF소설은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가상의 과거를 배경으로, 인류 최초의 인조인간을 손에 넣은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를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1982년 런던, 청년 찰리는 인류 최초의 인조인간 아담을 구매한다. 아담은 피는 흐르지 않지만 심장이 뛰고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며 목소리도 호흡과 사람의 구강구조를 이용해 내기에 얼핏 보면 인간과 구분이 어려울만큼 완성도가 높다.
한편 최근 부쩍 가까워진 윗집의 미란다에게 사랑을 고백한 찰리에게, 아담은 자꾸만 미란다를 믿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웹상의 모든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그녀는 '체계적이고 악의적인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찰리가 그녀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몰라 초조해하는 사이, 찰리는 아담에게서 놀라운 고백을 듣는다. 자기가 미란다를 사랑하게 됐다고. 자신의 성격을 디자인한 것은 찰리였으니 이런 감정을 품게 된 것은 다 찰리의 책임이라고. 모든 과거를 뒤로한 채 아담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찰리와 미란다의 갈등이 이어진다.
창조주의 역할을 자처한 인간들은 과연 이 피조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었을까. '공학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승리'이자 '인간의 천재성에 대한 찬사'로 등장한 인조인간과 그를 마주한 인간의 철학적, 윤리적 딜레마를 통해 매큐언은 다시 한번 인간의 본성과 현대사회의 모순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460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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