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통령이 나선다. 시작은 휴가 중인 대통령의 "냉장과 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는 지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께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 비상대책반이 구성됐다"며 "대통령님의 긴급 지시로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모든 행사 운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지시는 이어진다.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추가하라."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폐영식 후에도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 문화 체험 등을 지원하라"고 말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으로 해석한다. 정부가 온 역량을 집중한 '반전의 카드' K팝 콘서트가 구원투수로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킨다. 대통령의 혜안과 용단이 실패의 입구에 들어선 위기의 국제행사를 살려낸 셈이다.
잼버리조직위원회는 마지막 행사를 위해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자원봉사자' 1천여 명을 모집했다고 한다. 기재부는 콘서트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과 국책 금융기관 등에 인력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은 '자원봉사자 모집'이라 쓰고 '동원'으로 읽는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자이고 국책 금융기관의 최대주주다. "이게 정상적인 정부냐"라는 공무원노조에 장관은 "공무원들이 동원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디테일 지시'로 시작된 'K 잼버리'의 속살은 '국가 총동원령 시대로의 복귀'라는 우려와 맞닿는다. 민관 자원을 징발하는 '국가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있다. 사적 영역의 시민사회가 권력과 관료의 동원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기업들은 '생수 148만 병, 얼음 5만 톤, 아이스크림 28만 개'를 보냈다. 간이 화장실 설치와 지원 인력 그리고 조기 퇴영 후 숙소 제공도 그들의 몫이었다.
"잼버리 대회 참여자 모두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한국인의 마음이다. 'K 잼버리'는 '강요된 자발적 협조'에 기꺼이 함께해 준 민간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민적 잼버리 구하기 동참의 결과다.
'권위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라는 걱정은 그동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과 말들에 겹쳐진다. 결과물은 '존재감이 없다'는 대표와 '대통령실 대변인이 되었다'는 집권당에 대한 평가다. 미래의 시대 변화와 대통령 인식의 불화는 권력에 불리한 일이다.
'잼버리 졸속 행정 왜 피해를 K리그가'라고 쓰인 축구 팬의 손팻말 시위와 "공공기관 인원을 차출해 강제 봉사활동을 하란다.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시대가 어느 때인데 자원봉사 명목으로 무급 노동 시키는지"라는 온라인 게시판 글은 '지금이 88올림픽 시대가 아님'을 웅변한다.
"우선은 대회를 잘 치러야 한다"는 선의로 BTS와 축구경기장 사용을 언급했다가 팬들의 반발에 "왜 우리가 희생을 당해야 되냐. 잘못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 놓고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 이런 항변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괴리'를 인정한 성일종·이용호 의원의 말도 시대 변화를 상징한다.
대통령이 나서야 움직이는 공공 영역의 '보신주의'는 넘어서야 한다. 총선 승리와 성공하는 권력을 향한 대통령의 시대와의 화해도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시스템 복원이다. 사람이 아니라 절차와 제도 중심이며 책임과 권한의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 둘째, 현장과 지역 중심이다. 대회 전부터 전북 지역 언론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투명하지도 않고 검증의 자신감도 없었으니 "델타 구역 벗어나면 취재 협조가 어렵다"는 경고까지 등장한다.
"주인 의식을 갖고 현장을 챙긴 공무원이 더 많았다면" 하고 탄식한다지만 앞으로도 '깨알 지시의 대통령'이 계속된다면 곤란하다. 총리와 장관의 브리핑이 '대통령께서 지시한 대로'로 시작하는 것은 자율과 책임의 부재다. 그들이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갖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한국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놀랐다"는 말을 전하는 총리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는 대통령의 언급으로 '쌍팔년도식 동원'을 가릴 수는 없다. '아미'(Army)와 '수호신'(FC서울 팬클럽)은 '2023년식 금 모으기 운동'을 단호히 거부한다. 내년 총선에서 윤 대통령이 마주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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