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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끓는 지구'의 시대

11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 태풍 카눈으로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11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 태풍 카눈으로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7월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7월 지구 표면 평균기온은 16.95℃로 1940년 관측과 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월별 기록 중 가장 높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WMO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이제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우리 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제6호 태풍 '카눈'이 그랬다.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내륙을 관통한 태풍 '카눈'의 경로는 그야말로 '도깨비' 같았다.

'카눈'은 발생 이후 북서쪽으로 이동하며 중국으로 향하다가 돌연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일본 남쪽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다시 90도 가까이 좌회전해 한반도를 향해 북진했고, 그대로 남북으로 관통해 휴전선 너머까지 진행했다.

'카눈'은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사실 대구는 그동안 태풍이나 집중 호우 등 자연 재난에서 한발 비껴서 있었다.

직할시로 승격한 1981년 이후 대구에서 자연 재난으로 숨진 사망자는 14명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4명이 숨진 이후 자연 재난으로 사망자가 집계된 적이 없다.

군위군도 이번 태풍 전까지는 자연 재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으로 통했다. 지난 2018년 6월 집중 호우로 군위읍과 의흥면 일부 지역이 침수된 일을 제외하면 딱히 꼽을 만한 자연 재난이 없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급격하게 빨라진 기후 변화 시계 탓이다. '끓는 지구' 시대에서는 가뭄과 폭우, 폭염, 강력한 태풍이 일상이 된다.

급변하는 기후 변화 앞에서 과거의 기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세운 재난 대응 방식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대도시에 최적화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춰 온 대구시는 군위군 편입과 함께 새로운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군위군은 대구시 전체 면적의 41%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2만3천 명에 불과하다. 인구 중 절반 가까이는 65세 이상 고령이다. 산림이 많고 농촌 마을이 대부분인 만큼 노후한 하천 제방이 많고 농업용 저수지도 산재해 있다.

이번에 붕괴된 군위군 효령면 남천 제방은 설계 빈도 80년이 적용돼 하루 강수량 200㎜까지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하천 바닥에 퇴적물이 쌓였는데도 제때 준설을 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퇴적물이 쌓이다 보니 수심이 얕아졌고, 설계 빈도보다 적은 양의 비에도 넘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도시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상황들이 농촌 지역에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수많은 위험 변수와 요인들을 검토해 대응 시스템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함께 군위군의 사회 인프라도 엄청나게 몸집이 커지게 될 것이다. 신공항과 함께 도로, 철도, 교량, 터널 등 접근 교통망이 속속 건설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규모 SOC를 관리하며 자연 재난에 대응할 방안과 역량을 키우는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공무원 수 566명의 군위군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방재 인력 확충과 대구시와 군위군의 유기적인 협력 강화, 민간 역량 동원 등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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