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청년 맞춤 저출산 대책을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 산아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1960, 70년대 구호들이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불임 시술을 해 줬고, 시술한 남성들은 예비군훈련을 면제받기도 했다. 출산율이 6명이나 됐기에 벌어졌던 풍경들이다.

출산율을 떨어뜨리려 부산을 떨었던 대한민국이 불과 한 세대 만에 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저 저출산 국가로 추락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 기반마저 위협할 정도가 됐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충격이 하나둘 닥쳐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 1분기에만 21만 명 줄었다. 연금 납부액 감소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게 뻔하다.

국군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60만 대군'도 깨진 지 오래됐다. 50만 명 아래로 내려가 48만 명에 불과하다. 북한군 118만 명의 40% 수준이다. 2038년에는 40만 명 선마저 무너져 39만6천 명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쟁을 군인 머릿수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군인 감소는 안보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이 280조 원이다. 하지만 저출산 추세가 완화되기는커녕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가 됐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를 낳으면 이러저러한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공급자 마인드 정책에 치중한 탓이 컸다. 저출산 정책 관점을 180도 바꿀 때다.

정부가 다자녀 혜택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함에 따라 두 자녀를 둔 가정도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해지고 자동차 취득세 감면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쏟아 낼 움직임이지만 당사자인 청년층의 바람을 반영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질 좋은 공공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극복의 계기를 마련하면 두고두고 업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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