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회기에 영장 청구하라’는 이재명의 꼼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했다. 지난 6월의 불체포특권 포기 공언을 이행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18일 취재진이 "영장이 회기 때 청구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도 고려하느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불체포특권 입장은 그대로 간다고 봐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다. 말로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규정한 권리지만, 의지만 있으면 그 뒤에 숨지 않을 길은 얼마든지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도 유력한 방안이다.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라'는 것도 그렇다. 국회 비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법원의 영장 심사로 가게 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검찰이 8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8월 임시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25일쯤 회기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월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9월에 청구하면 이 역시 처리가 어렵다.

8월 임시국회가 31일 끝나면 9월 1일부터는 정기국회다. 정기국회는 법정 회기로 연기할 수 없다. 따라서 12월 10일 폐회 때까지는 비회기가 없다. 검찰이 이 대표의 요구를 따른다면 12월 10일까지는 영장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정기국회 중 여야가 합의해 회기를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몰고 있는 만큼 회기 중단에 실제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비회기 중 영장 청구' 요구는 이런 점을 감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흉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 대표가 과연 불체포특권 포기 의지가 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과 똑같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검찰이 영장을 회기 중에 청구하든 비회기에 청구하든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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