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멍 난 현장 치안…경찰,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지난 17일 서울의 야산 등산로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피해 여성은 이틀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은 서울 신림역·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대낮 도심에서 흉악 범죄가 잇따르는 현실은 심각한 치안 부재 상황이다. 경찰의 민생 치안과 범죄 예방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간부 인력은 많고, 순경 등 비(非)간부 인력은 부족한 경찰 조직의 문제점이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수사 업무 폭증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올 상반기에만 기동대 인력 1천9명을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현장 치안에 주로 투입되는 직급인 순경·경장·경사 계급이 대규모 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경 직급에서 1천 명 이상의 결원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4천626명), 부산(1천967명), 대구(1천253명), 인천(1천210명), 경기남부(3천444명) 등 모두 7곳이다. 경장의 경우 경기북부, 경사의 경우 경기남부를 뺀 나머지 모든 시·도경찰청에서 결원인 상태다. 반면에 총경과 경정 등 고위직 간부는 정원보다 더 많다.

머리만 크고 팔다리가 부실한 조직은 정상이 아니다. 지구대·파출소는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다 인력의 30%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112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출동해야 할 초동 조직이 부실하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경찰은 치안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지구대·파출소를 중심으로 일상 치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보태야 한다. 골목길, 산책길 등에는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를 강화하고, 이상 행동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지능형 CCTV 설치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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