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한다. 한경협 회장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과 결별했던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도 한경협에 실질적으로 합류할 움직임이어서 향후 한경협 행보가 주목을 끈다.
전경련은 '재계의 맏형'으로 불리며 산업화와 고도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때 정경유착 실상이 드러났고, 이후 4대 그룹이 탈퇴하는 등 조직 위상이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엔 '패싱'에 가까운 수준으로 소외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 사절단을 이끄는 등 전경련은 위상 회복에 노력해 왔고, 꾸준한 혁신 작업을 거친 끝에 한경협으로 새로 출발하게 됐다.
한국경제인협회란 이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 단체의 이름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으로 출발한 '1기 한경협'의 명칭은 경국제민(經國濟民·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경제'와 사람 '인'(人)을 합쳐 만들었다. 55년 만에 다시 한경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경협과 수장을 맡는 류진 회장 앞에는 과제들이 쌓여 있다. 속도감 있게 조직 혁신을 추진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싱크탱크'가 되고 보루가 돼야 한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와중에 기업과 정부가 한 몸처럼 공동 대응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선제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인플레이션방지법(IRA)과 같은 현안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는 등 글로벌 이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한경협이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등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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