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캣츠'에 '레미제라블'까지…서울 아닌 지방서 개막한 뮤지컬들

드림씨어터 개관·지역 뮤지컬 수요 성장으로 선택지 늘어나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 흥행…'시스터 액트'도 부산서 개막

뮤지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조승우가 4월 13일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마치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은 서울에서 개막한다'는 공식을 벗어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공연계에 따르면 10월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11월에는 '시스터 액트'가 부산에서 각각 개막하며 서울 공연은 나중에 한다.

올해 3월 부산에서 석 달가량 개막 공연을 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흥행을 거뒀다. 1월 개막한 '캣츠'는 김해와 세종, 부산을 거쳐 서울에서 공연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상 서울에서 장기간 공연한 뒤 일주일 정도 타 지역 투어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던 뮤지컬 제작사들이 관례를 벗어나 지방을 먼저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지방에도 뮤지컬에 적합한 시설이 마련됐고, 공연 수요도 성장하면서 서울 이외의 지역 개막이 활발해졌다고 분석한다.

대구는 2천 석 규모의 계명아트센터를 발판으로 2016년 '위키드' 등의 공연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부산에서는 2019년 1천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가 개관해 장기 공연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다.

2019년 뮤지컬 '라이온 킹'이 부산에서 2달간 공연하며 흥행을 거둔 것을 계기로 지역 공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을 주관하는 클립서비스의 노민지 홍보처장은 "드림씨어터가 개관한 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장기 공연을 올리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작품이 부산에서 출발하는 것은 부산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부산 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17일 발표한 '2023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2023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 상위 20개 공연 중 2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뮤지컬 분야 티켓 판매액 2천260억원 중 74%를 여전히 서울이 차지하고 있지만, 지방 뮤지컬 활성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뮤지컬이 부산에서 개막하는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시스터 액트'를 제작하는 EMK뮤지컬컴퍼니는 부산을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시스터 액트'는 9월 부산 리허설을 시작으로 국내 15개 도시를 순회한 뒤 2025∼2026시즌 아시아 6∼7개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해외 뮤지컬의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경우 부산에서 개막한 뒤 수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지원 EMK 부대표는 "콘텐츠 중에서는 지방이나 아시아 관객을 겨냥하는 콘텐츠도 존재한다"며 "아시아 관객을 위한 콘텐츠라면 굳이 서울에서 준비하지 않고 부산에서 공연을 만들어 곧장 해외로 나가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공연을 제작하는 경우 항만을 통한 운송이 용이하고 연습실 비용, 체류비 등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 부대표는 "부산에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을 생각할 때 영어로 진행되는 공연이 부산에서 이루어진다면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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