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그릿을 길러 큰 그릇 만들기

그릿(앤절라 더크워스/ 비즈니스북스/ 2018)

한국성을 은근과 끈기로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두 단어가 서구의 심리학자에 의해 보다 뜨겁게 달구어졌다. 그 담금질의 성과물은 바로 '그릿'(GRIT)이다. '그릿'의 저자는 그릿을 열정과 끈기의 합성어라고 말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그릿을 깊이 연구한 앤절라 더크워스는 마침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저서로 출간했다. 그릿이란 평자가 이해하기로, 어떤 일에 몰두하여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일관성인 열정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쉼 없이 끌고 나가는 탄력성인 끈기가 결합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표지에는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이라고 부제가 달렸다. 일반적으로 평가의 상황에서 우리가 귀인하게 되는 IQ, 재능, 환경 같은 통제 불가능하고 비교적 안정적이며 외적인 요소들이 언급되고 있다. 귀인 이론에서 제시하듯, 이렇게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잘 바뀌지 않으며, 나 자신의 밖에 있는 요소들에 원인을 돌린다면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 안 듣고 성적이 저조한 아이를 보면, 머리가 나쁜가 보다고 폄하하거나, 가정환경이 불우할 것이라는 등의 억측을 하곤 한다.

우리는 자녀들을, 더 나아가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저평가하여 아이들이 자포자기하고 비뚤어지게 하는 문제를 만든다. 왜냐하면 어른의 시선, 생각, 말없이 일어나는 영 교육과정(Null curriculum)이 희한하게도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하는데, 상아로 만든 조각상이 설마 정말로 사람이 되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혹자는 교육적 역효과를 발생시킨다. 설마 아이가 내 속마음을 알까 하는 그런 마음은 부모의 말과 행동의 일치를 방해한다.

그릿은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면서도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꼭 길러주어야 할 매우 중요한 인성이다. 하나를 시작하면 3년 정도는 어려움이 닥쳐와도, 하기 싫어져도 극복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 보면 어떨까. 그릿이 생긴 아이들은 스스로를 책임지고 이 사회도 책임질 줄 아는 그릇이 될 것이다. 책임은 각자의 몫이지만 반듯한 인성을 길러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니까. 그런 면에서 어른들이 먼저 마음가짐을 세울 필요가 있어보인다. 그릿을 기르고자 하는 혹은 길러주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그릿'을 추천드린다.

김서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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