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기회의 심리학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권춘오 옮김/ 안타레스 유한회사 펴냄

지은이는 운을 앞의 결과가 뒤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지은이는 운을 앞의 결과가 뒤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무작위'라고 정의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리는 살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숱한 기회를 만난다. 그런데 그 기회가 행운을 불러올지, 불행을 불러올지는 겪어본 뒤에나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하거나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운'을 이야기한다. "지장 위에 덕장이 있고, 덕장 위에 운장이 있다"는 옛말도 있다. 그 만큼 사람들은 옛부터 불가항력적인 무언가가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왔다.

이 책은 그런 운을 심리학과 뇌과학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신선한 접근법이다. 지은이 바버라 블래츨리는 인디애나대 심리학부를 졸업, 사우스캘로라이나대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심리학자다.

지은이는 운을 무작위라고 정의한다. 카지노 룰렛게임에서 연속으로 검은 구슬이 떨어졌어도 다음 구슬이 붉은색이 될지, 검은색이 될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고 해서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반드시 나쁜 일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이런 무작위에서 일종의 패턴을 만들고 이유를 찾아 갖가지 미신, 주술, 부적 등의 이름을 붙인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어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이런 주술적 사고는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은이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행운의 부적, 주술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함으로써 신체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 스포츠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둘 때마다 미신적 행동을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이 각자의 징크스에 근거해 미리 행동함으로써 경기 시작 전 불안과 긴장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과학적 연구 결과도 인용한다. 스스로 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간에 뇌에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실행기능 부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검토하고 성취하려는 목표에 주의를 기울이는 뇌 기능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스스로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실행 기능에 장애를 겪는다. 운에 대한 인식이 뇌의 기능과 연결돼 있고 추후 좋은 결과 혹은 나쁜 결과를 더 많이 가져오게 하는 순환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운이 좋은 사람들은 운이 나쁜 사람들보다 사물에 주의를 더 기울이는 성향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것에도 기회를 더 빨리, 많이 포착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운이 없다는 생각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왜 이렇게 불운할까'라는 생각이 어차피 해도 안된다는 사고로 이어져 행동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새옹지마'의 예를 들면서 운이 나쁘다고 여긴 일이 나중에 운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행운을 잡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기회가 왔을 때 담담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그 행운을 잡을 수 있는 '운이 좋아도 될 만한' 사람이 되자고 이야기한다. 401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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