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22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대전고법원장 취임 때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당시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고 권위가 생명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 후보자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사법부는 지금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지난 21일 국회에 나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현직 판사가 재직 중 SNS에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썼다는 비판과 관련, "공감한다"는 뜻을 대놓고 밝혔을 정도다. 일부 판사들이 사법부 독립은 외치면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 원리에는 제대로 복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거 경쟁을 통해 구성되는 행정부나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재판의 정당성을 갖춰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들어선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특정 모임 출신 중용 논란 등을 끊임없이 일으키면서 이러한 규범적 전통을 흔들었다. 판사들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했던 고등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없애면서 '당근'이 소멸돼, 일하지 않는 법원이 만들어졌고 재판 지연 현상으로 이어졌다.
사법부의 신뢰를 복원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이 후보자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 사안들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 앞에는 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임명 동의 표결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이번만큼은 발목 잡기를 해선 안 된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빚어져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이 장기화한다면 법치주의에 중대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야당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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