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은둔형 외톨이’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사회로 불러내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등산로에서 여성을 무차별 폭행 및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최 모 씨는 은둔형 외톨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직업 없이 PC방과 자택을 오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고 한다. 경찰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 통화 기록은 음식 배달 전화가 대부분이었고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 등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앞서 영어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며 또래 여성을 살해·유기한 여성과 서울 신림역에서 흉기를 휘두른 남성,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난동을 부린 남성까지 '묻지마 범죄'의 피의자들이 대부분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고립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로 규정하고 이들을 치료 또는 지원·관리하려고 하면 이들이 오히려 더 '숨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아도 사회적 시선이 두렵고, 자신감 결여로 숨어 사는 사람들을 더 깊은 구석으로 숨어들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성향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부당한 형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은둔형 외톨이'를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센터 설립, 심리 지원,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등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묻지마 범죄에 대해 정부의 대비를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위험자 격리 조치나 엄한 처벌에 반대하고,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에 치를 떨면서 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입을 '인권 탄압'으로 여기는 인식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제 사회로 가자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활기찬 사회생활을 영위할 방안을 찾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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