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한문 독해 첫걸음

정춘수 지음/ 부키 펴냄

정춘수 지음/ 부키 펴냄
정춘수 지음/ 부키 펴냄

90년대 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90년대 생이 초등학생인 시절 학교에서 한자 자격증 취득 열풍이 불었고, 반 전체가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선생님의 설득에 기자는 꾸역꾸역 한자를 외웠던 기억이 있다. 역시 억지로 공부하고 배우는 건 거부감이 생기는 법. 어릴 땐 그토록 싫었던 한자가 현재 중국어를 배우는 기자에게는 더없이 재밌는 언어가 됐다.

배우기 어렵고 언어로서 기능마저 거의 사라졌지만 한자와 한문은 우리 삶 곳곳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자를 모르면 의외의 곳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런 한자, 한문을 모르는 초보자가 공부하기 좋은 방법을 담은 책이다. 우리말과 한문의 차이, 한문식 사고와 감각, 우리말에 남은 한문의 흔적, 한국어와 한글의 시선으로 한문을 바라본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에는 표현 내용에 따라 68편으로 나눈 322구의 한문 문장이 실려 있다. 논어, 맹자, 장자와 같은 중국의 한문 고전과 삼국유사, 난중일기, 열하일기처럼 우리의 한문 고전에서 뽑아낸 문장이다. 모두 우리말과 다른 한문의 특성이 잘 녹아있는 문장이다.

한문 초보자가 자신이 아는 익숙한 한자 뜻과 우리말 언어 관습을 따라 해석하다 보면 엉뚱한 번역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독자를 위해 저자는 68편의 대표 구문엔 배경 설명과 함께 우리말과 비교해가며 한문의 문장 성분, 구조, 표현 등을 익히며 독해 기초를 다지도록 했다.

254구 연습 구문에선 해석이 막혔을 때 도움을 주는 '이럴 땐 이렇게', 문법론이 명확하지 않은 한문에서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맞는 해석과 틀린 해석을 구분하는지 참고할 수 있는 '이렇게 번역한다면' 코너도 뒀다.

부록도 있다. 부록엔 한문에 자주 등장하고 독해에 꼭 필요한 '필수한자 45'를 덧붙여 그 뜻과 기능, 용례 등을 정리했다.

책은 '기초 수준의 한문 독해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문장의 맥락을 살피고 상황과 조건을 보고, 의미를 헤아리며 단어와 조사를 선택하다 보면 저절로 어휘력, 문장력, 문해력이 길러진다. 즉 글을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힘이 쌓이는 것이다. 380쪽,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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