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실종과 죽음,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이혼, 절연, 입양, 이민, 알코올 의존증, 일 중독, 치매, 공황장애, 만성적인 정신질환까지. '상실'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안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미국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명예 교수이자, 오랜 기간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한 폴린 보스 박사가 20년간의 연구를 집약한 책 '모호한 상실'이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모호한 상실(ambiguous loss)는 완전한 상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렇지만 여전히 상실감에 젖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보스 박사가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하며 4천 명 이상의 가족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며 정립한 이론이다.
보스 박사는 해결되지 않은 슬픔의 현상을 두 가지 상황, 즉 치매나 알코올 의존증과 같이 육체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경우와, 자연재해나 참사로 인한 실종과 같이 육체적으로 부재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누군가가 죽으면 우리는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그것을 이겨내고자 장례나 제사를 치르고,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종이나 사고와 같은 급작스런 이별을 맞이하게 된 경우는 어떨까. 불확실한 상실감에 직면한 사람들은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추억을 회상하며 오래도록 아파하고 끊임없이 기쁨과 슬픔을 오가며 절망한다.
책에 따르면 이런 경우의 모호한 상실은 명백한 죽음과 달리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게, 사람들을 제대로 슬퍼할 수 없게 만든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온전히 상실감을 인지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애도의 과정을 막는다는 것.
하지만 보스 박사는 이러한 문제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가지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그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외부의 제약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모든 과정이 가로막힌 탓에, 본질적으로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본다.
이처럼 보스 박사는 자신이 겪은 일화부터 편지, 환자와의 상담 대화문, 문학 작품까지 다양하고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모호한 상실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내면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앞으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이드가 될 책이다. 30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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