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에 터전을 잡았던 선비들의 삶은 어땠을까?
영덕문화원이 영덕에 살았던 선비들의 일상을 담은 '행장(行狀) 번역본 제1권'을 발간했다.
9일 영덕문화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간된 책은 1천500년대에 태어난 백현룡 선생에서 시작해 1800년대 태어난 김재락 선생 사이에 활동한 31명의 행장을 번역해 싣고 있다.
행장은 특정 인물에 대한 일대기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비명(碑銘)과 묘지명(墓誌銘)을 통해 확인한다. 내용은 관직, 성명, 본관·가계, 출생·사망일, 성장·수학과정, 행적, 부인의 가계 및 성품, 자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까닭에 행장은 해당 인물을 후대에 알리는 동시에 구체적인 삶의 궤적을 연구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책에 따르면 백현룡 선생은 1592년 왜구침범에 맞서 의병을 일으켜 싸웠고, 자연에 묻혀 살기를 원했지만 어머니의 부탁으로 과거시험에 한번에 붙는 영민함까지 갖췄다고 적고 있다. 이 대목은 영덕에서 의병활동이 있었고 당시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많았음을 시사한다. 또 집안과 마을이 관대해 고아나 의탁할 곳이 없는 이들을 가족처럼 돌봤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당시 훈훈했던 영덕 인심을 떠올리게 한다.
200여년이 흐른 김재락 선생은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 부근에 머물며 유생들과 경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주역 등 여러 서적을 펴낸 일화를 소개했다. 이는 영덕읍을 중심으로 유생들의 학문이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김두기 영덕문화원 원장은 "조선시대 영덕에서 터를 잡고 살았던 선조들의 일상을 살필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점에서 발간의 의미가 크다"며 "특히 선조들의 삶에서 당시 영덕이 가진 높은 문화적 소양과 후한 인심을 엿볼 수 있어 후대에게 귀감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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