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단편영화제 이모저모] 지난해 수상작 대구단편신작전 눈길…영화제가 나아갈 길 고민도

24일 오오극장서 대구단편신작전 선보여
지역 영화제 발전 두고 토론…포럼도 진행

23일 오후 7시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배주현 기자
23일 오후 7시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배주현 기자
23일 오후 7시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배주현 기자
23일 오후 7시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배주현 기자

대구단편영화제가 본격 막을 올렸다. 24일부터 시작된 영화 상영에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지역 영화제 발전을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어지며 영화제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대구경북 지역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 지원하는
대구경북 지역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 지원하는 '애플피칭'의 지난해 지원작 박재현 감독의 '시험기간' 스틸컷. 대구단편영화제 제공
대구경북 지역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 지원하는
대구경북 지역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 지원하는 '애플피칭'의 지난해 지원작 김보미 감독의 '휴게소' 스틸컷. 대구단편영화제 제공

◆영화 상영 첫 문 연, 대구단편신작전

24일 첫 영화 상영 문을 연 건 이날 오전 11시 대구 독립영화 전용극장 오오극장에서 상영된 대구단편신작전. 스크린에 오른 박재현 감독의 '시험기간', 김보미 감독의 '휴게소' 작품은 대구경북 지역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 지원하는 '애플피칭'의 지난해 지원작이다. '시험기간'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부문 감독상을 수상했고 '휴게소'는 대구지역에서 드문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험기간'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학생 '소은'이 어느 날 아빠에게 낯선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것을 발견한 이후 아빠와 낯선 여자의 관계를 파헤치려 드는 작품이다. '휴게소'는 곁에 없었던 아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김보미 감독 남매의 여정을 담았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여성 주인공의 입장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 특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24일 독립영화 전용극장 오오극장에서 열린 대구단편신작전. 배주현 기자
24일 독립영화 전용극장 오오극장에서 열린 대구단편신작전. 배주현 기자

영화 상영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두 감독은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영화를 제작한 동기에 대한 질문에 김보미 감독은 "다큐를 만드는 사람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할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우선 '자기 앞뜰부터 가꿔야한다'고 했다. 제 앞뜰을 먼저 가꾸고 작업을 잘 끝내면 그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게 아버지는 볼드모트처럼 이름조차 언급하기 어려운 분이었는데 내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솔직해질 수 있었고 치유도 됐다. 한 뼘 더 자랐다"고 했다.

이어 영화 제목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박재현 감독은 "주인공 소은이한테 본인의 아빠가 다른 여자와 만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딸과 둘이서 잘 살아보겠다는 소은이의 엄마, 가정이 있었던 남자와 만나는 소은이 아빠의 여자친구…등장인물 모두가 마치 시험을 거치는 것 같았다"며 "이들에게 현재 놓인 삶이 모두 시험 과정인 셈이다. 시험을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했다.

두 감독은 추후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내비쳤다. 아직 '휴게소'의 이야기를 다 완성하지 않은 김보미 감독은 후속 이야기를 장편 영화로 제작해 돌아오기로 했다. 박재현 감독 역시 다양한 촬영기법 등으로 '시험기간' 작품을 더 보강할 계획이다.

24일 오후 3시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24일 오후 3시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DIFF 포럼'. 배주현 기자

◆지역 영화제 발전 방향은?

이어 오후에는 지역 영화제 발전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진행됐다. 이승우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사무국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여백 인천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민욱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이순한 광주독립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지역영화제의 의의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기조 발제에선 전국의 수많은 영화제 속 대구단편영화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승우 사무국장은 "전국에 다양한 영화제가 너무 많아 어떻게 하면 대구단편영화제의 차별화와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역영화제, 독립영화제는 비슷한 심사위원 풀을 가지고 비슷한 작품을 평가하고 선정해 내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대구단편영화제의 철학 확립과 선정 작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심사위원들 간의 꾸준한 소통을 하는 게 해법일 수밖에 없다. 올해 영화제에서도 이점을 꾸준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의 고민은 재정적인 부분이다. 올해 단편영화제는 영화진흥위 지원 탈락으로 예산 확보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산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메꾸기 위해 또 다른 자원을 투입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며 "부족한 예산으로 인건비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준비 과정에서 적은 인력으로 마치 기름을 쥐어짜 내듯 힘겹게 일했다. 안정적인 재정확보와 동시에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 부산, 광주 등에서도 찾은 독립영화 관계자 역시 지역 영화제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특히 인천독립영화제는 자금난으로 올해 개최를 중단했고, 인천여성영화제는 프로그램 검열로 큰 논란이 있었다.

여백 인천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자체의 예산을 받으면 오히려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게 된다는 걸 이번 인천여성영화제 사태로 밝혀졌다. 영화제가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결국 영화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민적 동의를 얻을 수밖에 없다. 독립영화를 보며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낯선 표현방식을 독해할 역량이 필요한데 이는 어릴 때부터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단편영화제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23일부터 6일간 총 72편의 영화가 CGV대구아카데미, 오오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