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정대기와 청정문화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1952년 런던에서 대기오염인 거대한 연무(Great Smog)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영국의회는 1956년 '청정대기'법을 제정했다. 이 비극은 환경오염에 대한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였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그 위기감은 더 깊고 넓은 지구해양문제가 됐다. 당장 '청정해양'법'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문제는 자연이 더 이상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여 생기는 각종 문제점들을 이르는 말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섬들이 모여 있는 인도 남쪽 산호초위 섬나라인 몰디브는 100여 개의 섬에 고급 리조트가 개발되어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진화와 유전적 다양성 그리고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직면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진화와 문화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의 책임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만의 것일까. 요즘은 몇 명만 모이면 미술인들 역시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얘기를 한다. 청정대기나 청정해양이 필요한 만큼 청정문화에 대한 필요성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아파트나 사무실에는 실내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됐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몸소 느끼는 현실이기에 공기 정화를 통해 숨 쉬는 삶들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치 경제 중심의 메가시티는 눈부신 성장만큼 어두운 그림자를 동반한다. 무엇보다 경제 성장에 따른 문화예술 향유역시 다양화 및 전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문화 속에서 예술향유는 개인의 자의식과 정서적 만족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고독한 노인과 소외된 청년의 욕망은 건조한 도시문화 속에서 심리적 고립이 깊어질수록 건조한 콘크리트처럼 정서적 균열이 생겨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예술과 전문예술의 활성화로 크고 작은 음악회와 전시회를 통해 시도민의 환경생태와 감성생태의 균형을 만들어 가야한다. 개인의 삶과 기업환경의 변화로 만들어질 창작과 감상의 선순환은 안목 성장을 통한 '청정문화' 도시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과 인구 노령화 그리고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불확실성은 꿈과 희망의 상실을 증가시킨다. 특히 대중문화 속에서 배제된 순수예술과 독창성은 점점 일반화에 묻혀 박제화로 간다. 그것은 기업의 브랜드로 수렴되는 생산과 소비문화가 창작과 감상이라는 순수예술의 욕망과 취향까지 지배하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공동체는 환경생태처럼 도시민의 감성생태를 위해 고립된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대안적 정책연구와 실천이 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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