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최첨단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다. 재래식 무기와 최첨단 무기의 각축장이며 러시아의 용병과 우크라이나의 민병대, 민간 해커 그룹, 세계적인 IT 기업 등이 정규군과 함께 정규전과 비정규전,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신세대 전쟁(New Generation Warfare)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관건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보 심리전, 즉 '거짓말 전쟁'이다. 우크라이나가 보여 주는 놀라운 저항과 반격의 힘은 '거짓말 전쟁'에서 승리한 데서 나온다. 물론 러시아의 거짓말에 앞서 당한 국가들의 경험과 학습효과도 큰 몫을 했다.
러시아군의 총참모장은 하이브리드전의 대가 '발레리 게라시모프'로 '신세대 전쟁'이란 이름의 교리를 정립하여 실제 전쟁에 적용한 전쟁의 고수다. 게라시모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통해 자신의 하이브리드전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을 계획하였으니 러시아는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이었던 '킬리로 부다노프'는 2022년 2월 24일 오전 4시 러시아가 전면 침공할 것이란 정보보고서를 통해 북동남 공격 루트까지 정확히 예측한다. 그리고 크림반도 합병 과정을 통해 학습한 러시아의 선전과 기만, 가짜 뉴스를 통한 정보 심리전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준비했다. 그 결과 "대통령과 각료가 국외로 탈출했다" "우크라이나는 곧 점령된다" "대부분의 국민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하고 있다" 등 러시아발 가짜 뉴스를 철저히 차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을 SNS에 등장시켜 러시아의 가짜 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케 한 원동력은 바로 러시아의 거짓말 전쟁에 대한 학습효과였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의 플랫폼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서방 IT 기업들이 러시아발 담론이 국제사회에 확산되지 않도록 러시아 관영 매체의 콘텐츠를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의 담론이 확산하도록 지원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러시아의 가짜 뉴스 실패는 우크라이나에 기회와 용기를 주었으며, 반대로 일선 러시아군에는 사기 저하와 전쟁의 명분을 잃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러시아는 거짓말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거짓말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거짓말 전쟁에 취약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괴담 수준의 가짜 뉴스로 심리적 마비 증상을 겪었다.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2015년 메르스 괴담, 2016년 사드 괴담 등이 그런 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괴담을 통해 가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학습경험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8월 21일부터 진행된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 연습에서 최초로 북한발 가짜 뉴스 대응 훈련이 포함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짜 뉴스와 SNS를 활용한 심리전 등 인간의 정신적 취약점을 자극해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마비시키는 거짓말 전쟁이 대상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현대사회에서 심리전, 사이버전, 여론전, SNS전 등으로 광범위하게 표출될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 전쟁의 역습을 믿는다. 거짓말이 대세인 사회에서도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거짓말은 비수가 되어 적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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