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재판 지연 문제 반드시 해결하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심각해진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피력했다고 한다. 마냥 늘어지는 재판으로 인해 국민의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이루 말할 데 없으며 사법 불신 풍조까지 낳는다는 점에서 그의 현실 인식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민사소송은 1심 및 항소심 모두 5개월 이내,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이내, 항소심 4개월 이내에 재판을 종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올해 3월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민사소송, 형사소송, 행정소송 모두 제1심과 항소심의 평균 처리 기간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변호사 중 89%가 재판 지연을 경험했다고 한다. 억울한 일 때문에 소송을 낸 국민이 재판 일정 연기로 일상이 무너지고 정신적 고통까지 겪는 일들이 다반사다.

재판이 늘어지는 데에는 ▷법관 부족 ▷판사들의 '워라밸' 중시 ▷복잡해지는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등 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 6년 체제의 그늘이 재판 지연 풍조를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가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1심에서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한 재판이 민사는 65%, 형사는 68% 급증한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 준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법원장 후보자 추천제 실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행정처 근무 판사 수 최소화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법관 사기가 떨어지고 재판 지연 문제가 극심해졌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게다가 조국 재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재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은 하염없이 시간을 끄는 일이 빚어졌다.

국민 생활 안정과 편리를 위해 진행돼야 할 재판이 국민 일상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헌법 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이 늦어지면 범죄자와 비리 연루 정치인들만 좋을 뿐이다. 이 후보자는 재판 지연 문제 해소에 온 힘을 다하기 바란다. 국회도 재판 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입법 활동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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