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25일 지는 해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이 수상한 옷차림의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수영모와 물안경까지 착용한 남성, 하늘색 헬멧을 쓴 여성 등 패딩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모이자 광장은 순식간에 '불금'의 클럽으로 변신했다.
이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는 패딩을 드레스코드(복장 규정)로 정한 공연 '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개최했다. 앰비규어스는 세종문화회관이 개최한 '세종썸머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광화문광장에 야외무대를 꾸몄다.
앰비규어스와 사전 모집된 시민예술가 60여명은 모두 패딩을 입은 채 무대에 섰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패딩을 주섬주섬 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데 어울려 춤추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화려한 조명과 DJ가 가슴이 쿵쿵 울릴 만큼 큰 소리로 음악을 재생하자 구경하던 관객들도 하나둘 리듬에 몸을 맡겼다.
본 공연이 시작되자 앰비규어스와 시민예술가들은 사각형으로 설치된 계단식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연습과 사전 리허설로 호흡을 맞춘 이들은 흐트러짐 없는 군무로 관객을 이끌었다.
정국의 '세븐'부터 엄정화의 '페스티벌'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노래에 맞춰 손을 이리저리 내뻗고 스텝을 반복하며 누구나 동작을 따라 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한 시민예술가들은 퍼포먼스가 끝날 때마다 무대에서 내려와 열기를 끌어올렸다. 관객과 즉석에서 춤 대결을 벌일 때 광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열광적인 무대 덕에 광장에 모인 관객들은 나이, 국적과 관계없이 춤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었다. 딸을 목마에 태우고 위아래로 몸을 흔드는 아버지부터 K팝 아이돌의 안무를 따라 하는 외국인 남녀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젊은 관객들과 어울린 84세의 이석규 씨는 유려한 춤사위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BTS의 '버터'에 맞춰 무대를 꾸민 이 씨는 "이렇게 춤을 추니 자유로운 기분에 다리 통증도 없어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검은색 패딩을 종이가방에 담아온 변인숙(44) 씨는 "드레스코드가 패딩이라고 해서 이렇게 챙겨왔다"며 "이런 분위기의 공연은 오랜만이다. DJ가 있어 흥이 더해지는 느낌이고 '듀스'의 노래가 나와 좋다"고 말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무대에 오른 이들은 입고 있던 패딩마저 벗어 던지고 금요일 밤을 장식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여운을 이어갔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이날 더위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의료 지원 인력을 배치했다.
'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토요일인 26일에도 광화문광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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