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공포의 오염수”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24일 '자우림'의 가수 김윤아가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누구나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의견을 드러낼 수 있지만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공인의 입장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녀가 분노하듯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지구가 지옥이 됐다면, 이미 우리는 지옥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즐겨 먹던 수산물은 방사능물질뿐 아니라 각종 중금속과 플라스틱에 오염된 채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이미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무방비 상태로 냉각수를 바다로 흘려보낸 바 있다. 그때 바다는 방사능 범벅으로 지구를 지옥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태연자약하게 그 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회와 스시, 매운탕으로 맛있게 먹었고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해양투기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루 120톤의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더 시급히 저지해야 할 해양투기는 각국이 바다로 내보내는 엄청난 규모의 오·폐수와 처리하지 못한 중금속 및 플라스틱 조각일 것이다. 서울시도 하루 600만 톤에 이르는 하수와 오·폐수를 한강에 방류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오·폐수는 하수처리장에서 내보낸 '처리수'지만 음용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중국이 상업 운전 중인 원전은 55기에 이르고 23기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 양은 2020년 기준으로(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 1천54T㏃(테라베크렐)이다. 이는 우리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5배, 일본의 6배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통해 일본이 배출하려는 삼중수소는 연간 22T㏃이다. 중국 원전 배출량의 48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원전 전문가들은 중국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도 해양생태계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선전선동이 과학을 이기는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 과학 대신 공포 마케팅에 의존, 분노하는 김윤아와 야당은 앞으로 바다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을 먹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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