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학과 선동 구별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없도록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직전, 일부 사재기가 발생하고, 당분간 수산물을 먹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방류 이틀째인 25일 마트, 백화점, 전국 수산 시장 등에서 수산물 소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 단체들이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2020년 중국 저장성 친산 원전이 방출한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 연간 방류 예정인 삼중수소의 6.5배에 달하고, 광둥성 양장 원전이 2021년 방출한 삼중수소는 후쿠시마의 약 5.1배, 2021년 푸젠성 닝더 원전이 방출한 삼중수소는 약 4.6배,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 시설의 배출량은 후쿠시마의 450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세계 바다의 오염 수치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삼중수소 방류 이틀째인 25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3㎞ 이내 10곳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모두 ℓ당 10㏃(베크렐) 이하였다. 10개 샘플 중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8.1㏃을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ℓ당 1만㏃)의 1천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께름칙한 것과 과학적 증명은 별개다. 일부에서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한국 정부는 뭐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중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는 한국 내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소비를 금지하자면 후쿠시마보다 훨씬 진한 오염수에 노출되는 자국산 수산물 소비부터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과 거리가 먼 주장에 수산물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혹여 발생할지도 모를 어민과 상인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연일 선동으로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어민과 상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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