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년(8월 28일)을 맞이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7.8%의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었다. 진영의 논리를 넘어 이 대표의 지난 1년에 대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평가를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첫째, 지난 1년 동안 이 대표는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얼마나 실천해 성과를 냈는가? 그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 오로지 혁신의 결과와 민생 개혁의 성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참으로 비상식적이고 기이한 정당을 만났다. 민주당에는 '민생, 혁신, 통합, 도덕, 내 탓'은 실종되고 '방탄, 투쟁, 분열, 비리, 네 탓'만 난무했다.
가령, 민주당은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갖고 '노란봉투법' 등 오직 특정 세력의 표심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이고 민생 살리기 법안에는 소홀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일신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반전 계기를 만들기 위해 출범시킨 혁신위는 민주당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오히려 혁신의 대상이 됐고, 혁신위가 서둘러 내놓은 '대의원제 폐지'와 '현역 공천 페널티 강화' 혁신안은 당내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
둘째, 민주당 지지도를 끌어올렸는가?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30%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국갤럽이 이 대표 취임 이후 지난해 9월 1주부터 올해 8월 3주까지 실시한 총 45차례의 조사에서, 민주당 평균 지지도는 평균 32.8%였다. 국민의힘 평균 지지도(33.5%)보다 낮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은 지난 몇 달 동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세계 잼버리 대회 파행 등에 대해 파상적인 대여 투쟁을 벌였지만 당 지지도는 오히려 정체·하락했다. 이는 이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잘 보여 주는 것이다.
셋째, 정당 호감도를 끌어올렸는가? 이 대표 취임 직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당 호감도 조사(2022년 7월)에서 민주당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32%였다. 그런데 취임 1년 즈음(2023년 8월 1주) 조사에서 호감도가 오히려 30%로 떨어졌다. 정당 호감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자 확장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민주당은 과연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독주에 결연히 맞서는 '정부 견제론'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한국갤럽 8월 1주 조사 결과,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48%)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36%)보다 12%포인트 앞섰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도는 겨우 31%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정부 견제론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객관적 수치들은 이 대표가 지난 1년 동안 대표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대표 취임 약 10개월 즈음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6월 13~15일) 결과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는 32%, '잘 못하고 있다'는 60%였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이 대표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준 것이다. 민주당이 지지도, 호감도, 대표 역할 수행, 정부 견제 능력 등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대표가 약속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정당, 통합된 민주당"을 결코 만들 수 없다. 이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10월 사퇴 후 비대위 전환'을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국민의 민주당'으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이 대표의 '책임지는 퇴진'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는 자신이 공언한 '새로운 민주당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이 대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해탈은 찰나에서 온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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