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인류의 고등한 능력으로서 생산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인류는 글쓰기와 읽기를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연결한다. 글쓰기는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 프랑크의 개인적 글쓰기 덕에 얻은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2차 세계대전 중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유대인 8명이 네덜란드 잼 공장 은신처에 숨어 살면서 겪은 일상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는 한 사춘기 소녀의 일기일 뿐 아니라 전쟁으로 고통받다 죽어간 수백만 유대인의 실화를 대표한 다큐멘터리로 인정받아 2009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저널리스트와 작가를 꿈꾸던 소녀 안네 프랑크의 13세부터 15세까지의 일기는 다정하고 섬세하고 재미있고 먹먹하다. 전쟁의 참상과 죽음의 공포, 자유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 제한적 환경 부족한 물자로 인한 궁핍과 갈등, 그로 인해 표출되는 동거인 8명의 개성과 인격, 부모 자식 간 갈등, 사춘기 사랑과 성적 관심, 페미니즘, 독서와 교양, 재능과 꿈 등 시대상과 인간상이 안네의 글을 통해 전해진다.
안네는 일기장을 '사랑하는 키티'로 의인화하는 문학소녀다운 발랄함에 더하여 풍부한 감수성, 예리한 분석력, 유려한 필체로 극한 상황에서의 일상을 묘사하며 필사적인 글쓰기에 대한 목적과 소망을 이야기한다.
"나는 글 쓰는 걸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처럼 뚜렷한 목표 없이 타성에 젖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을 주는 존재이고 싶습니다. 내 주위에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필요한 존재이고 싶습니다. 나는 죽은 후에도 여전히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통해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글 쓰는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어떤 일이라도 잊을 수 있습니다. 슬픔은 사라지고 새롭게 용기가 솟아납니다…. 글을 쓰면 나의 상념, 이상, 꿈 등 모든 걸 새롭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340쪽)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싶다는 안네의 소망은 글쓰기를 통해 실현되었다. 글쓰기는 척박한 현실의 버팀목이자 치유의 수단이고 생존의 목적이며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기도 했다. 글쓰기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다. 홀로코스트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글쓰기는 '안네의 일기'에서처럼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