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MZ세대 위스키 열풍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모처럼 친구들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술을 한잔 하자고 했다. 한 친구가 정한 곳은 단골 생고깃집이 아닌, 바(bar)였다. 꽤 비싼 곳인데도 손님 대부분은 20·30대였다. 바텐더 뒤쪽 벽장은 위스키 병이 빼곡했다. 메뉴판을 본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스키 카테고리가 몇 페이지에 이어졌다. 국가, 재료, 혼합 방식에 따라 구분돼 있었다. 서너 가지 국산 위스키, 면세점에서 파는 몇몇 위스키만 알던 이들에겐 별천지였다. 대형마트만 다니는 사람이 백화점 명품관에 간 느낌이랄까.

젊은 손님들은 거의 위스키를 주문했다. 테이블에는 한 병에 20만~30만 원대 위스키, 혹은 몇만 원짜리 잔술이 놓여 있었다. 잔술로 취기를 느끼려면 술값깨나 나오겠다 싶었다. 위스키 한 잔 값으로 소주 서너 병은 마실 수 있을 터인데, 이런 생각은 '꼰대의 음주 문화'라고 타박받기 십상이다. MZ세대는 위스키 한두 잔이면 족하다. 소주로 '꽐라'(고주망태)가 되는 것보다 위스키 한 잔의 '플렉스'가 좋다는 것이다. '배 부른 돼지보다 배 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명언처럼.

MZ세대에 위스키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형성된 혼술 문화가 불을 붙였다. 소주, 맥주를 마시는 직장 회식이 줄어든 탓도 있다. MZ세대들은 취하기보다 즐기려고 술을 마신다. 희소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위스키는 그들에겐 '취저'(취향저격)이다. 위스키 병이 중고로 거래되기도 한다.

유흥주점 소비가 줄면서 위스키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위스키 시장을 되살렸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2만7천38t이다. 이는 전년 1만5천662t보다 72.6% 증가했다. 올 1분기 수입량은 8천443t. 2000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치이다.

덩달아 위스키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2, 3년 만에 2배로 뛴 제품도 있다. 그래서 위스키 재테크도 유행이다. 문제는 유독, 우리나라가 더 비싸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한 싱글몰트 위스키의 국내 가격은 15만 원선. 이는 영국, 일본, 미국보다 2배 비싸다. 상당수 다른 위스키들도 그렇다. 외국 본사와 수입사가 호황을 노린 가격 책정이란 의심이 든다. 한국은 글로벌 호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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