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포항해양경찰서는 동해에서 벌어지는 밍크고래 불법 포획 실태를 공개했다.(매일신문 8월 25일 자) 포항해경은 포획 도구와 방법, 범행 조직도 등 그간의 조사 내용을 자세하게 발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양상을 보이며, 거래 과정이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불법적 고래 포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어업 활동 중 우연히 포획된 '혼획'의 경우에는 위탁판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경우에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유통과 판매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불법 포획에 따른 처벌도 만만치 않다. 밍크고래를 비롯해서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수산업법 등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불법으로 포획된 고래를 유통, 가공, 판매할 경우 수산자원관리법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밍크고래 불법 포획은 사라지지 않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래는 일종의 공유재 또는 공유자원에 해당한다. 공유재란 문자 그대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화이다. 재산권 개념에서 보면 특정 재화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도 있지 않은 경우이다. 고래는 어떤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심지어 오대양을 누비는 고래는 특정 국가나 정부의 소유도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주인이 없는, 그 결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반드시 오용, 남용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 해당 자원은 황폐화되고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바로 하딘(G.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 저널에서 제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비극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협력의 진화'를 통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도 했다. 고래를 비롯한 해양자원에 대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여 함께 공유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갈 수 있다.
둘째, 시장에서 공급은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즉, 누군가 필요로 하고 갖고 싶은 욕구가 있는 한 누군가 이를 공급해서 충족시키려 하기 마련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고래 고기는 고급 요리로 대우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 이미 신석기시대의 고래 사냥 관련 그림이 새겨져 있고, 신라의 지배층이 고래 요리를 먹었다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고래 고기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아직까지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는 오직 혼획에 의해서만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른다.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그런데 우연히 죽은 상태로 잡힐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야말로 로또인 것이다. 그래서 로또를 노리는 일부 어민들이 고래가 그물에 걸리더라도 풀어 주지 않고, 익사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사의 금언 중에 하나는 정부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 시장을 없애려고 한다면 반드시 수요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을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수요가 계속 있는 한 거래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사 말미에 포항해경 서장이 "불법 고래 포획을 뿌리 뽑기 위해 육·해·공 모든 가용 세력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은 정부의 의지로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고래 고기의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고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등 장단기 전략을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급 측면에 대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은 인센티브의 동물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밍크고래 불법 포획을 막고자 한다면 어설픈 혼획 허용을 원점에서 고민하고 공급 시장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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