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계절이 바뀐 봄의 어느 날, "아, 이제 곧 여름이 오겠구나!" 하며 기뻐하는 나를 발견한다. 여름이 얼마나 좋으면 봄이 오자마자 여름 생각을 하고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면서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여름을 좋아하다 못해, 짜증을 유발할 뜨거운 날씨마저 사랑하는 이에게 <아무튼, 여름>이라는 제목은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덥고 습하다고 해도 아무튼, 여름이 좋으니까.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설레고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된다. "이 사람은 왜 여름을 좋아할까?" "나와 같은 이유일까?"라는 질문들과 함께.
'아무튼 여름'은 '아무튼' 시리즈의 30번째 책으로 이 '아무튼' 시리즈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씩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이다. 여름에 대한 작가의 추억과 이야기들이 담긴 책으로, 김신회 작가는 "내 여름의 기억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름의 이야기들은 여행, 사람, 음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그 중 초당옥수수 이야기가 눈에 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맛본 초당 옥수수로 인해 세계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이토록 달콤하고 맛있는 옥수수라니. 초당옥수수 예찬론자가 된 작가는 제주 여행 중 직접 초당옥수수 농장에 찾아가 20개들이 한 포대를 사서 여행 내내 먹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 중독적이고 달콤한 맛 때문에 초당 옥수수는 채소가 아닌 "여름 과일"이라 칭한다. 여름을 좋아하면서도 여름 먹거리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이제 초당 옥수수 때문에 여름을 기다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초당옥수수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그 세계는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p.32-33
좋아하는 게 생기면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는 이 문장 때문이다. 지치고 에너지가 소진되어 간다고 느낄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어쩐지 내 자신의 모습이 짙어지고 분명해진다. 분명해지다 보면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겨난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견딜 힘이 생긴다는 것.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란 이렇게도 강하다.
이 책은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결국 좋아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힘이 나게 하고, 웃음 짓게 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분들이 읽으면 반가우면서도 나의 여름 추억을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을 썩 좋아하지 않더라도 왠지 모르게 지쳐가고 있다거나, 내가 누구인지 옅어지고 있는 것 같은 이에게도 <아무튼, 여름>을 권하고 싶다. 사소할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그 무언가가 떠오른다면, 그 작은 무언가가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할 힘을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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