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도시 달성]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일본 타케오 시립도서관

정욱진 기자 penchok@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3-09-13 06:30:00 수정 2023-09-13 21: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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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도시 달성] (3)'도서관 천국' 책의 도시, 3대 거점별 도서관 건립 시동
존재감 없던 도서관에서 마을 대표 관광명소가 된 도서관
지정관리자제도 도입해 민간 위탁운영으로 대성공 이뤄
지역의 커뮤니티 장소, 정보 교환의 거점으로 탈바꿈

연간 100만명이 이용하는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인구 5만명인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의 관광명소가 됐다. 정욱진 기자

인구 5만 명 남짓한 소도시인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는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덕에 단숨에 규슈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처음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0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당시엔 소수의 지역 주민만 찾는 등 '존재감'이 없는 곳이었다. 이용자 수를 늘리고자 휴관일도 줄여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다케오 시립도서관장은 "책을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는 '백약이 무효'였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찾은 콘셉트가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한 도서관 ▷마음이 편해지는 도서관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한 도서관 등이다.

이를 위해 다케오시는 지난 2013년 지정관리자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본 최대의 프랜차이즈 서점 '츠타야'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에 도서관 운영을 통째 맡겼다. 국내에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단행본을 통해 소개된 CCC의 운영 노하우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곳곳에 스며들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지정관리자제도를 도입, 민간에 위탁운영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정욱진 기자

CCC 최고 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야키는 책을 파는 서점을 도서·음반을 제공하고 생활양식을 제안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CCC는 츠타야 서점처럼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개방형 서가를 늘리고, 서점과 스타벅스 카페 등을 입점시켰다. 운영 시간도 기존 오후 6시에서 9시까지 연장하고, 언제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365일 내내 개방했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했던 기존의 도서관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정욱진 기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3년 리뉴얼 재개관 이후 다케오 시립도서관 이용객은 25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4배가 늘었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은 "원래 도서관 안에는 상업 시설이 있으면 안 되지만,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도서관을 지역의 커뮤니티 장소로, 정보 교환의 거점으로 만드는 변화를 주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또 연간 1천500여개의 각종 강좌와 체험 이벤트를 마련하면서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주민들에게 늘 열려있는 공간으로 변신한 덕에 이용객들이 도서관에 머무르는 시간도 덩달아 증가했다.

2013년 이전에는 도서관에 길어도 1시간가량 머무르는 이용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2~3시간 이상 머무르는 이용객들이 가장 많아졌다.

2017년 어린이도서관을 개관,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도록 하고 있다. 정욱진 기자

지난 2017년에는 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해 외연을 더 확장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도서관을 찾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어린이도서관은 체험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놀게 하면서 점점 책과 친해지게 만드는 목적이라고 도서관 측은 설명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시립도서관'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케오 시립도서관에는 다케오시가 연간 1억9천만엔(17억여원)의 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은 "다케오시는 민간 운영자에게 '연간 이용객 몇 만 명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운영 전반에 전혀 터치를 하지 않는다"며 "도서관이 지역민들에 삶의 활기를 불어넣고, 앞으로도 '지역 거점 커뮤니티'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계속 운영돼야 한다는 큰 목표만 민·관이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반 도서관은 책을 모으고, 좋은 도서관은 사람들이 오게 하지만, 최고의 도서관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이용해서 마을을 알리자는 생각이 강하다"며 "앞으로도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자아실현을 도와줄 수 있는 등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