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통령 신당 창당설과 위기

이호준 서울취재본부장
이호준 서울취재본부장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의 '윤 대통령 신당 창당설' 발언이 정치판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내년 총선 여당의 수도권 대패 전망을 내놓다 나왔는데, 국민의힘은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통령실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황당무계한 말"이라면서 강력 부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려온 인사의 발언이다 보니 파장이 컸다. 대선 후보 전부터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은 알려져 있었고, 지난해 5월 취임식 직전엔 윤 대통령의 초대로 개별적으로 저녁 식사까지 했을 정도의 관계이다 보니 사실 여부 확인이 필요했는지 즉각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에야 여당과 대통령실은 반응을 내놨고, 그 수위는 예상과 달리 아주 높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직을 맡은 이후 신평 씨와 국정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이야기도 나눈 바가 없다"며 거의 손절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대통령의 멘토'도 '황당한 이야기'"라면서 멘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강한 어조였지만 '신 변호사와 얘기하지 않았다'는 내용만 담겨, 해당 발언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신 변호사의 논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대통령실의 강경 입장에 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였다. 설전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결과는 바로 항복. 그다음 날 지체 없이 '불찰이고 죄송하다'며 해당 발언을 번복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이런 이례적인 반응이 오히려 '대통령 신당 창당 발언' 개연성을 높였다.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에 발언을 얼른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 가능해서다. 윤 대통령의 기존 정치 및 정치인 불신은 더는 비밀도 아니다. 정치 신인으로서 취약한 정치 기반 및 세력도 이참에 새판을 짜고 싶은 생각을 들게 했을 수도 있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돈 검찰 출신 대규모 차출설, TK 대거 교체설 등 각종 설과도 맥을 같이한다. 심지어 여당의 정치 본거지라 불리는 대구의 경우 4명 생존설, 4+1명 생존설, 2명 생존설까지 나돌았다. 현역 지역구 의원 12명 중 4명, 4+1명, 2명 등 소수만 공천을 받는다는 설이다.

그런데 생존설에 거론되고 있는 이들 역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 시작 무렵 당시 윤 후보의 대구 방문 때 오찬을 함께했던 소수의 의원 명단과 일치한다. 당내 기반이 약했던 당시, 오찬에 참석해 준 3명의 의원이 생존자 명단에 오르내리는 건 윤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다. 작고 좁은 인력풀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윤 대통령 신당 창당설'의 진위 여부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확인이 힘들다.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대통령 신당 창당설'은 '여당의 위기'라는 심각하고 절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여당 지도부는 애써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수도권 참패 등 과반 이상의 의석 확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물 부재, 더딘 인재 발굴 등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여당의 총선 패배는 당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3년 차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미워도, 못마땅해도 배에 태워 함께 가야 할 인사들은 껴안아야 한다. '눈엣가시'인 이준석 전 대표 등에게 당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총선 전체 그림으로선 상수다.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대통령도, 여당도 마음만큼은 당을 새롭게 창당한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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