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일 아침이었다. 전기차를 타는 아내의 '엄명'을 받고 아내 차를 몰고 나와 대구 시내 한 구청 주차장에서 충전을 했다. 1시간은 족히 걸리기에 충전기를 차에 꽂아 두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쓰레기 수거 차량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이던 환경미화원들을 만났다. "그 차는 한 번 충전하면 몇㎞나 가느냐"는 얘기로 시작된 대화는 '기자 정신'이 발동하면서 쓰레기 수거 전반에 대한 대화로 옮겨 갔다.
곳곳에 분리수거함이 설치됐고 유료 종량제 봉투를 통한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고 있지만 쓰레기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 원룸·오피스텔은 분리수거율이 턱없이 낮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종량제봉투에 밀어넣다 보니 냄새 탓에 종량제봉투가 절반도 차지 않았는데도 쓰레기통으로 배출되는 사례가 많았다.
미화원들이 하는 일은 쓰레기가 든 종량제봉투를 집어 들고 수거차에 올리는 쉬운 작업으로 보였지만 거리 곳곳에 미화원들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숨어 있었다. 깨진 유리는 신문지나 두꺼운 종이로 감아서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것이 배출 상식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몰상식 행동이 허다해 환경미화원들이 손을 크게 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기자와 대화를 나눈 미화원 역시 한여름에도 두꺼운 장갑을 몇 겹씩 끼고 일하지만 깨진 꿀통에 손을 깊게 베인 적이 있다고 했다.
청년 취업난으로 구청 소속으로 일하는 환경미화원 지원자가 많지 않으냐는 물음도 건넸더니 20대 연령층의 근무자는 없다고 했다. 쓰레기를 보면 도망가기 바쁜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쓰레기 악취에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하고 사고를 당할 위험성도 크다 보니 젊은이들이 이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의 가을장마, 지난여름의 극한 호우, 그 직후 찾아온 불볕더위까지 목격하면서 지구를 화나게 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다. 분리수거를 통해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쓰레기 소각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이, 매립의 증대로 인한 수질·토양오염이 가속화해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충격을 입고 환경 재앙으로 호되게 되갚음할지도 모른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는 생각부터 이제 내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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