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마음과 마음] 자기 연민 훈련과 마음 챙김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몇 해 전부터 조금만 신경 쓰면 피로가 심해지고 수시로 몸살이 나고 병치레가 잦아져서 약을 달고 산다는 중년 남자 환자가 내원하였다. 원래는 잘 참는 성격인데 요즘은 스트레스 받고 나면 화가 잘 나고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직 취직도 못한 자녀의 미래가 큰 걱정거리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직장 생활이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학연 지연으로 어울려다니면서 수월하게 승진도 하고 쉽게 일하는데, 나는 오로지 내 능력 하나만으로 인정받아야 하니, 낮에는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했고, 퇴근하면 도서관으로 가서 자격증공부를 했습니다. 외톨이가 될까봐 직장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도 많이 마시고, 이런 생활을 수년간 하다 보니 이제는 너무 지치고 나만 힘들게 살아온 거 같아서 울분이 치민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기대치를 높게 잡고, 인정받기 위해, 실적을 쌓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서 이제 완전히 방전된 번아웃 상태에 빠진 것이다. 마음이 지칠 때, 충전 방법이 있냐고 질문해보면, 잘 하는 것도 없고, 적성이 뭔지도 모르고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무도 모르는 산 속에 가서 혼자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TV프로그램처럼 그렇게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얼마나 사람에게 지쳤는지 가늠이 되었다. 핸드폰도 배터리 충전을 해야 되듯이, 우리 마음도 어떤 에너지원과 연결해서 충전해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두 가지 마음 충전법을 소개한다.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연민훈련이다.

자기연민은 하루 10분 정도는 자기 마음을 꼭 안아주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내 마음에게 친구 대하듯이 해보는 것이다.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위로해주나요. 그대로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나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리학적 용어로 커먼 휴메니티(common humanity: 공통된 인간성)이라고 한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인간관계도 힘들고 처신하는 게 어려운거야 라고 이해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엔커리지(encourage)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다.우울증은 무기력하다는 뜻이다. 기운이 없을 때 가장 듣기 힘들어하는 말이 "힘내" 라는 말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쳤는데, 또 힘을 내라니 오히려 화가 난다.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데, 힘내! 파이팅 이라고 하면 힘이 날까요.

차라리 차 한잔이나 소주 한잔 하면서 그 사람이 아픈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법이다. 탁구를 칠 때 공을 받아주듯이, 마음의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용기를 주는 방법이다. 지친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자기연민과 함께 아주 중요한 마음 챙김 명상이다. 마음 챙김은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비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주자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 시스템은 기대치가 점차 떨어져서 바닥을 치면, 역설적으로 거기서부터 긍정에너지가 차오르게 되어 있다. 마음 챙김의 정반대는 마인드 컨트롤이다. 환자 분은 놀고 싶은 것, 쉬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엄격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오로지 높은 기대치를 이루려고 살아오느라 병이 난 것이다.

그럼 기대치를 얼마나 낮추어야 행복해지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건강하게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에 빔 프로젝터가 하나 씩 달려있어서 하늘이라는 스크린에 내 마음을 비추어보는 것이다. 하늘 스크린에 비친 나의 모습, 나의 인생을 내가 관객이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마음과 하늘 스크린 사이에는 무한한 공간이 자리잡게 되는 시간, 나 자신과 떨어져서 공간이 확보될 때, 긍정적 에너지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누군가와 가까이 있고 싶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듯이, 우리 감정이 가진 공간의 역학은 참 미묘하다. 거리를 둘 때, 관객으로서 객관적으로 나를 볼 때,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것, 이것을 메타뷰(metaview)라고 한다.

메타뷰와 마음챙김을 실천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 산책하는 것이다. 산책을 즐긴 유명한 철학자나 위인들은 수도 없이 많다. 긍정적 에너지를 얻는 좋은 방법이어서 그런 것이다. 산책을 하면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하고, 이것은 뇌기능에 좋은 영향을 준다. 뇌세포의 시냅스 형성이 증가되고, 신경전달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내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곳은 거의 항상 밖이다"고 했다.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들은 자연과 산책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장 자크 루소도 나는 걸으면서 명상에 잠길 수 있다. 나의 마음은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산책 예찬을 했다. 그의 유고작 제목도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인 것만 보더라도 루소의 산책은 그의 창작의 에너지 원이 되었다.

음악에 나를 투사하는 것도 에너지를 충전하는 좋은 방법이다. 조용필 김호중 등 유명 가수들의 팬클럽 활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운 생활을 하는 중년 여성들도 많다.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에 나 자신을 투사해서 공간을 확보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시를 읽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어려운 시, 유명한 시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매일 내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소리내어 낭송해보는 것도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시 치료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본 김상태 시인의 <낮술> 이란 시를 읽고 엄청 유쾌했던 적이 있어서 소개해드린다. 제가 읽은 시 중에는 가장 짧지만 긴 생각을 하게 한 시이다.

<낮술> 김상태.

이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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