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민주당 대표가 난데없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해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이 대표는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뜬금없다. 전형적인 정치 선동이다. 윤석열 정부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어느 국민이 믿겠나. 정권 교체 후 민주당은 걸핏하면 윤 대통령 탄핵을 꺼냈지만 돌아온 것은 국민의 싸늘한 무시였다.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단식이란 저질 코미디를 연출한 것은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다급함 때문일 것이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게 된 사법 리스크의 현실화를 어떻게든 피해 보자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종장(終章)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의 알리바이 위증 교사가 드러나면서 사실로 접근해 가고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도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의 법정 증언이나 진술서 제출을 막으려는 '사법 방해'가 검찰에 포착되면서 입증은 시간문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오는 4일 이 대표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11~15일 출석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면 출석은 무산될 게 뻔하다. 이뿐만 아니라 단식을 계속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도 이 대표가 내심 원하는 대로 부결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당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데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무기한 단식 선언은 이를 노린 계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식은 비장한 투쟁 수단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회피를 위한 단식은 단식의 희화화(戲畫化)이다. 이 대표는 단식마저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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