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저출산 대책, 밑 빠진 독에 예산 퍼붓는 것 아닌지 짚어 보자

올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인 0.78명을 지난해 기록해 충격을 주었는데,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4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 십수 년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거·고용·육아휴직·출산장려금·보육비 지원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는 내년에는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을 내놓았다. 내년 저출산 대책 예산의 절반 이상인 8조9천732억 원을 출산 가구 주거 안정을 위해 쓴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기혼 가구에 혜택을 줬지만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낳으면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미혼 남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 이유로 주거·육아·교육·불투명한 미래 등을 꼽지만, 사실 결혼·출산을 꺼리는 2030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가족보다는 개인, 결혼과 출산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 생활이 더 만족스럽다는 사람들에게 주거·육아·교육비를 지원한다고 결혼하고 출산할 가능성은 낮다.

상황이 이러니 출산율 제고를 위해 예산을 퍼붓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저출산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 즉 인구 감소, 내수 위축, 경기 침체를 해소하고, 연금 고갈·노동 및 교육 개혁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인구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투자할 예산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데 투입해 부가가치 높은 신기술과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 경쟁력과 총생산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더 많은 예산을 퍼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인구 문제와 관련한 우리나라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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