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사실을 보는 미술의 눈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사실주의미술이 추구한 '사실'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에서 사실은 '시간상, 공간상 실재하는 것으로 발견되는 존재 또는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환상이나 허구와 구분되며 진실과도 구분된다.

미술에서의 사실주의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현실을 보는 미술의 눈일 것이다. 현실인식이 담긴 사실주의라는 말이 문학이나 미술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던 때는 183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의 문학과 미술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시기 사회변혁은 과학의 진보와 실증주의로 현실인식과 미술의 눈을 변화시켰다.

사실주의 소설가인 발자크는 냉철하며 객관적인 관찰과 분석으로 현실사회를 묘사했다. 존재하는 것을 상상으로 왜곡하지 않고 사실그대로를 보고자했던 쿠르베 역시 현실도피나 정서과잉의 낭만주의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19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쿠르베와 도미에 그리고 밀레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현실을 보는 미술의 눈이었다.

비난과 찬사를 통시에 받았던 쿠르베의 대표작 '오르낭의 장례식'은 그림의 주제가 신이나 영웅이 아닌 오르낭이라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공동체에 내재하는 하나의 사건, 마을사람들이 모여 장례식이 진행되는 장소에 대한 화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 미술의 눈은 19세기 사실주의 이전과 이후의 경계 속에서 회화를 통한 사실의 의미가 무엇인지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주의도 시간이 지나 인습적인 부분이 생겨났지만 이후 인상주의의 주제와 방법상의 혁신을 견인했다는 의미에서 삶과 예술 사이의 시대정신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당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에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은 자연과학 및 계몽주의 사상과 실증주의 철학을 반영한 예술이었다. 고상하고 교훈적인 미의 규범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쿠르베는 "나에게 천사를 보여주면 나는 그것을 그리겠다"는 앵그르와의 천사논쟁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직시하고자 했던 쿠르베의 예술적 태도였다.

사진의 영향으로 사실주의미술이 더 이상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영향력은 세계 여러 나라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을 열었다. 어느 시대나 미술의 눈은 예술가의 삶과 사고를 투영하는 실존적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창작과 감상의 관계는 상호작용을 통해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특히 사실주의미술이 인식한 현실을 보는 눈은 시대정신의 산물인 동시에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롭게 재탄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변화의 과정은 결핍을 채우듯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자각인 미술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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